[기자수첩]병역 특례 논란에 얼룩진 금메달…폐지'보다 시대적 합리성 중요
등록 2026/10/12 08:00:00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직후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축구·야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후 한 발언과 행동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이 지난 3일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딴 후 주장 이기혁(강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들어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발언했고, 양민혁(베스테를로) 역시 병역 혜택만 바라보고 뛰었다고 말했다.
박승수(뉴캐슬)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전역모를 쓴 셀카를 올려 논란을 더욱 키웠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 금메달의 가치보다 병역 혜택이라는 보상만 앞세우며 경솔한 태도를 보이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도를 개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병역 특례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당연히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예술·체육 요원으로 편입돼 다른 방식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병역 특례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병역특례법)'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적용 범위나 이행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을 뿐 반 세기 넘게 유지됐다.
처음 병역 특례가 생겼을 때 명분은 '국위선양'이었다. 당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리 높지 않았고, 국제 무대에 '대한민국', '코리아'를 알리는 것이 절실한 시대였다.
그런 시절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선진국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 금메달을 따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줄 만한 일이었다. 한국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변방으로 취급받았던 때 국제 종합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병역 특례가 생기고 5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나라의 브랜드 가치는 달라졌다. 한국 스포츠도 발전을 이루면서 이제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유럽, 미국 리그에서 뛰는 일도 많아졌다.
스포츠 국제 종합대회의 위상과 쏠리는 관심은 예전만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아시안게임은 예전과 비교해 위상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평가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 일부 종목에 최정예 대신 2진급 선수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유독 아시안게임 이후 병역 특례 논란이 한층 뜨거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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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종합대회 금메달 획득이 국위선양이라는 명분은 약해진 반면 병역 의무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졌다. 최 장관도 "시대상에 따라 병역에 대한 개념과 공정에 대한 가치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언급했다.
병역 특례를 아예 폐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전성기가 짧은 운동 선수의 경력 단절도 아예 무시하기는 힘든 문제다. 해외 리그 또는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군 복무 기간 동안 공백이 생기면 이후 경기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모든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울 뿐더러 상무에서 복무해도 제약이 생기게 마련이다.
체육계에서는 병역 특례가 아예 폐지돼 전성기에 접어든 선수들의 경력에 공백이 생길 경우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국제 종합대회 때마다 공정의 문제가 불거지는 병역 특례를 현행 그대로 유지한다면 논란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으로 획일화 된 현행 기준도 바뀔 필요가 있다.
학업, 직장 생활 등을 중단하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도 따져 볼 문제다.
무작정 존폐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 세기 넘게 이어져 온 병역 특례를 면밀히 들여다 보고, 종목별 현실과 환경, 공정성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기준을 세우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체육계와 관계 부처의 충분한 논의 속에 현실적이고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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