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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곪았던 게 터졌나…'96라인' 동반 은퇴 소동[한국축구 내분①]

등록 2026/10/10 07:00:00

김민재·황인범·황희찬, 우즈벡전 끝나고 은퇴설

축구협회 고위층과 면담 뒤 일단락…언제 또 터질지 모를 휴화산

손흥민·이재성 등 대표팀 고참급과 갈등 심화

'캡틴' 손흥민 체제 9년…대표팀 잡음 끊이질 않아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결국 곪았던 게 터진 걸까. 한국 축구가 이른바 '96라인'으로 불리는 1996년생 태극전사들의 동반 은퇴 소동으로 휘청거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실패 후 한국 축구는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겨 9~10월 A매치 4연전을 치렀다.

정몽규 전 회장 사퇴 후 수장이 없는 대한축구협회는 임시 사령탑 체제로 올해 마지막인 11월 A매치까지 치른 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감독직을 맡길지를 정할 계획이다.

'홍명보호'에서 '모레노호'로 탈바꿈한 한국 축구는 새로운 출발로 기대를 모았다.

에콰도르(3-0 승), 우루과이(1-4 패), 베네수엘라(0-0 무), 우즈베키스탄(2-0 승)을 상대로 4경기에서 2승 1무 1패의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력이 아니었다.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무승부로 끝난 베네수엘라전에서 교체 후 축구화를 벗어 던진 핵심 수비수 김민재(뮌헨)의 행동이 단순히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부족에 대한 불만이 아닌, 세대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휴식을 이유로 결장한 김민재와 선발로 뛴 황희찬(샬케), 황인범(포르투) 1996년생 동갑내기 삼인방은 그라운드에 따로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후 라커룸에서 일부 동료에게 은퇴를 암시하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이 경기 후 은퇴설을 부인했지만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라며 "언제든지 내려놓을 준비는 하고 있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96라인'은 경 기후 대한축구협회 고위층과 만나 대화를 나눴고, 세 선수가 한발 물러나면서 사건은 일단락된 걸로 전해졌다.

정확히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은퇴 소동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남게 됐다.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계에선 이번 은퇴 소동을 96라인과 1992년생 손흥민(LAFC), 이재성(마인츠) 등 고참 라인 사이의 갈등이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주어'를 생략한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여론의 상상력만 자극하고 있으나, 여러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황인범은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을 마친 뒤 "대표팀 9년 차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해야 할 게 많다"며 "의문도 많고 문제점이 분명히 보이는 데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말한 9년은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찬 시절과 겹친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지만, 그가 주장으로 맡은 기간 여러 잡음으로 대표팀은 시끄러웠다.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2년 카타르월드컵 때 '2701호 사건'을 시작으로 2024년 아시안컵에선 '탁구 게이트', 2026년 북중미월드컵은 '인터뷰 보이콧' 등 내부 문제에 모두 손흥민이 관련돼 있었다.

2023년 김민재가 갑작스럽게 은퇴 의사를 밝힌 뒤 손흥민을 소셜미디어(SNS)에서 '언팔'한 사건도 있다.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에 기자들이 100명 오면 99명이 손흥민에게 몰렸다. 손흥민 역시 그걸 즐겼고, 인터뷰도 모범적으로 잘했다. 그런데 김민재,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등장하면서 기류가 조금 바뀌었다. 손흥민이 대범한 리더였다면 그런 상황을 잘 살려야 했는데, 오히려 그걸 시샘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항상 자신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다른 선수들에게 좋게 보였을 리 없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왔고, 지금에서야 수면 위로 확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태극마크를 협상 카드로 저울질한 96라인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뉴시스]모레노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모레노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표팀의 무게를 가볍게 보는 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제 시선은 11월 A매치 2경기를 남겨둔 모레노 임시 감독에게 쏠린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계약 연장과도 직결되는 다음 소집 때 변화를 줄지, 아니면 이대로 갈등을 묻고 갈지 선택해야 한다.

다만 모레노 감독이 현 상황을 해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축구계 관계자는 "홍 감독이 처음 부임했을 때 다른 선수들은 손흥민 중심에서 벗어날 걸로 기대했다. 그런데 손흥민은 또 욕을 먹지 않았다며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이 지금 상황을 무슨 수로 바꾸고 세대교체를 하겠나. 결국 당분간 변화는 또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불만을 드러낸 것 같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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