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침묵 깬 잔나비 출신 유영현 "미성숙한 태도 반성…책임 겸허히 마주"
등록 2026/08/27 13:00:00
잔나비 원년 멤버인 키보디스트…2019년 팀 탈퇴
"과거 회피 않겠다… 부끄러움 없이 건반 칠 것"
지난 5월 솔로 EP 발매…최근 신곡 '레드삭스' 공개
![[서울=뉴시스] 유영현.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953_web.jpg?rnd=20260827122114)
[서울=뉴시스] 유영현.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건반은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짓는 악기이자, 해머가 강철선을 내리치는 구조를 지닌 원초적인 타악기 성격도 갖고 있다. 선율의 서정 뒤편에는 타건의 육중한 충격과 진동이 필연적으로 깃들어 있는 셈이다.
그룹 사운드 '잔나비'의 원년 멤버로 건반을 누르던 유영현이 7년 만에 홀로 건반 앞에 섰다. 지난 5월 첫 EP '베스트 컬렉션(BEST COLLECTION)'으로 긴 침묵을 깬 데 이어, 최근 발매한 새 싱글 '레드 삭스(Red Socks)'를 통해 1950년대 로큰롤의 날 것 그대로인 에너지를 쏟아낸다. 감성적인 멜로디의 껍질을 깨고 나온 소리는 거칠고 완강하며, 어쿠스틱 피아노 자체로 거대한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아가는 기백으로 가득 차 있다.
발이 터지고 상처를 입어도 멈추지 않고 질주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붉은 양말, 불길로 뛰어드는 불나방의 궤적처럼 그의 음악은 이제 한 사람의 단독자로서 온전히 세상과 마주한다.
그러나 이 질주와 폭발력의 밑바닥에는 7년이라는 아득한 침묵의 시간과 혹독한 성찰의 무게가 똬리를 틀고 있다. 2019년 유영현 관련 학교폭력(학폭)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고 그는 팀을 떠났다.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거나 세상을 탓하기보다, 학창 시절 현장을 제지하지 못했던 방관자로서의 책임을 오롯이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길을 택했다. 고통받은 당사자의 상처를 앞세우며 직접 찾아가 사과를 구하고 오랜 시간 진심을 증명해 낸 뒤에야, 비로소 묵혀둔 지난날의 매듭을 풀고 삶의 다음 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올해 초 조심스레 알렸다.
진정한 사유와 성찰은 과거의 부끄러움을 지우거나 면책하는 데서 오지 않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무게를 온몸으로 짊어진 채 끝내 회피하지 않는 태도에서 발원한다. 유영현은 긴 단절의 터널을 지나 바닥에서부터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건반 앞에 다시 부끄러움 없이 서기 위해 그가 감내해야 했던 고요와 통증, 그리고 마침내 피어난 단단한 음악적 확신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다음은 유영현과 최근 충무로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
-이번 신곡을 두고 기존 팬들은 선율적인 음악을 기대했을 수도 있는데, 아주 화끈하게 가고 싶은 방향으로 과감하게 시도하셨습니다. 스펙트럼을 넓힌 뒤 다시 주특기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고, 새로운 환기 차원에서도 무척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음악을 발표한 소감부터 간단히 들려주신다면요?
"아직은 설레는 단계입니다. 어떻게 하면 대중분들이 제 음악을 더 많이, 더 재미있게 들어주실 수 있을지 계속해서 연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음악을 세상에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설렙니다."
-지난 5월 EP를 발표하긴 했지만, 이번에 '피아노 로큰롤'이라는 장르로 수렴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피아노라는 악기는 대중에게 감성적이라는 첫인상이 강합니다. 하지만 저는 피아노가 정말 화끈한 악기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밴드 사운드도 최고조로 밀어붙였고, 선율적인 접근보다는 타악기처럼 연주하며 제 안의 에너지를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번에는 로큰롤 사운드로 온전히 풀어내보고 싶었습니다."
-피아노는 건반으로 해머를 때려 소리를 내는 구조라 사실상 타악기에 가깝기도 합니다. 대중적인 인식이 멜로디에 치우쳐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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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드럼이나 퍼커션을 치듯이 연주한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평소 건반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계셨지만, 이번 작업을 거치며 피아노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매력이 있었나요?
"이전에는 주로 신시사이저나 마스터 키보드 같은 전자 건반으로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가자는 주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자 악기가 아닌 '어쿠스틱 피아노 자체로 밴드 사운드를 뚫어보자'는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제 정체성 자체가 피아노에 있다 보니, 피아노를 통해 저의 진짜 열정을 꼭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이번 곡을 작업하며 영감을 얻거나 레퍼런스로 삼은 뮤지션이 있나요?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와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척 베리(Chuck Berry) 같은 1950년대 로커빌리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래부터 좋아했던 장르였습니다. 다만 '지금 시대에는 낼 수 없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는데, 제가 고수해오던 사운드가 자리 잡히면서 과거의 음악을 다시 끄집어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사운드이자, 연주자 본인의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발산하기에 최적화된 형식입니다. 블루스 코드 진행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자유롭게 뽐내던 시대의 음악이었기에, 이를 제 방식대로 해석하고 가사를 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건반과 피아노라는 악기에 처음 매료됐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본다면 어땠나요?
"부모님께서 교회를 다니셨습니다. 어릴 적 구역 예배나 심방을 갈 때 집사님이나 권사님 댁에 놓인 피아노가 보이면 그냥 다가가서 건반을 누르며 놀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접했고, 흥미가 생겨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처음 연주했던 곡들도 찬송가였습니다. 사람들이 부르는 노랫소리의 멜로디를 건반으로 옮길 수 있고, 그 흥겨운 리듬까지 피아노 하나로 전부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서울=뉴시스] 유영현.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954_web.jpg?rnd=20260827122134)
[서울=뉴시스] 유영현.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노는 흔히 '작은 오케스트라'로 불립니다. 모든 소리를 포괄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을 어릴 때부터 직감하셨던 것 같습니다. 요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표현 영역에 대한 욕심이 엿보입니다.
"맞습니다. 요즘 들어 음악은 물론 패션이나 시각적인 표현에 대한 욕심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스카프, 양말도 제가 직접 디자인한 이번 공식 MD 상품입니다. 나중에는 영화나 비디오 연출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고, 다방면으로 자신을 표현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항상 꿈꾸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언가를 억눌렀다기보다는, 이제 혼자서 모든 창작 과정을 총괄하다 보니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오릅니다. 그 생각들이 단순한 아이디어로만 머물고 사라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온전히 세상 밖으로 배출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이 듭니다."
-이번 신곡에서 건반이 리듬과 폭발력을 이끄는 주포 역할을 합니다. 타건의 질감이나 사운드 측면에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인가요?
"사운드 질감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였습니다. 피아노는 무작정 세게 친다고 해서 거친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성적으로 일부러 불협화음과 같은 긴장감 있는 보이싱을 많이 배치해 소리를 의도적으로 거칠고 더럽게(dirty) 만들었습니다. 음악이 마냥 예쁘고 착하기만 하면 매력이 반감되기에, 약간의 불편하고 비뚤어진 질감을 더해 피아노의 존재감을 살렸습니다."
-신곡 제목이 '레드 삭스', 즉 빨간 양말입니다.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어떤 상징성을 지니나요?
"언제부터 빨간 양말을 신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언젠가부터 검은색이나 흰색 양말을 신으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눈앞에 번쩍이고 타오르는 무언가가 있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해도 닿고 싶고 궁금해서 끊임없이 질주하는 사람이 바로 저 자신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달려가는 제 발을 내려다보았을 때 항상 빨간 양말이 신겨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레드 삭스'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집에 빨간 양말이 몇 켤레나 있나요?
"옷장에 다른 양말은 사라지고 빨간 양말만 가득 찬 지 1~2년 정도 됐습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수백 켤레는 될 겁니다. 디자인도 제각각인데 애착이 커서 아껴 신습니다. 이번에 제작한 MD 상품에도 불나방이 날아가는 자수를 새겨 넣었습니다. 가사에 '마르지 않는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며 흘리는 땀과 눈물을 뜻합니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피 묻은 양말'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만약 제가 흰 양말을 신고 달렸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발이 까지고 터지면서 수많은 상처가 났을 것이고, 그렇다면 흰 양말은 피로 붉게 물들었을 것입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댄서 다이고 님이 처음에는 흰 양말을 신고 춤을 추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피 묻은 양말로 갈아 신는 연출이 등장합니다. 끊임없이 상처 입으면서도 질주한다는 메시지를 시각화한 부분입니다."
-'두 발은 담을 넘어서 선을 넘어서 꿈을 넘어서'라는 가사의 라임과 점층적인 확장이 인상적입니다.
"경매장에서 빠르게 말을 쏟아내듯 읊어보며 라임을 맞췄습니다. 가사를 쓸 때는 카메라의 앵글처럼 관찰자의 시선에서 대상을 클로즈업했다가 롱쇼트로 빠지듯 드라마틱한 확장을 노립니다. 담을 넘고, 선을 넘고, 결국 꿈을 넘어 번쩍이는 무언가를 향해 도달하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담아냈습니다."
-로커빌리 신에서 활약 중인 조니 다이고(Johnny Daigo)와의 협업은 어떻게 성사됐나요?
"소셜 미디어 릴스를 보다가 상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에너지를 목격했습니다. 제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폭발적인 로큰롤 에너지가 그대로 실체화된 모습에 반해 올해 3월께 직접 DM을 보냈습니다. 형식적인 인사에 그칠 줄 알았는데 매우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응해주어 순조롭게 협업이 진행됐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시각적 콘셉트와 배경 설정은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불나방이 뜨거운 불꽃을 향해 타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듯,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사람들을 가장 뜨거운 공간으로 모아 폭발시키는 장면을 구상했습니다. 그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여름 가장 뜨거운 비닐하우스를 섭외해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유영현, 조니 다이고.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955_web.jpg?rnd=20260827122204)
[서울=뉴시스] 유영현, 조니 다이고.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드럼의 댄 니덤(Dan Needham), 베이스의 누기(Noogi), 기타의 박첨지 등 세션 라인업이 탄탄합니다.
"드럼을 맡아준 댄 니덤은 미국 내슈빌에서 활동하며 케니 로긴스(Kenny Loggins),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세션을 맡아온 베테랑입니다. 로큰롤의 본고장인 내슈빌 특유의 정통 그루브를 훌륭하게 살려줬습니다. 베이시스트 누기는 개인적으로도 절친하며 음악적 대화가 완벽히 통하는 동료이고, 기타의 박첨지 님 역시 지인의 소개로 훌륭한 톤을 더해주었습니다. 각기 다른 개성이 모여 상상 이상의 풍성한 사운드가 완성됐습니다."
-릴리즈 파티를 통해 오프라인 무대도 앞두고 계십니다. 라이브에서는 관객과 어떤 호흡을 나누고 싶나요?
"솔로로서의 라이브는 처음이라 아직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연주가 완벽히 몸에 배도록 연습을 거듭한 뒤, 무대 위에서는 관객 한 분 한 분의 눈을 마주하며 살아 숨 쉬는 에너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5월 발매된 EP '베스트 컬렉션(BEST COLLECTION)'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발매 당시의 심경과 팬들의 반응을 마주했을 때의 감회는 어떠했나요?
"유통사인 포크라노스 측에서 30명 규모의 소규모 청음회를 먼저 제안해 주셨습니다. 라이브 무대에 대한 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제 음악을 듣고 계신 관객분들의 표정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 견딜 수 없을 만큼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어졌습니다. '피아노 차력쇼를 보여드리며 이분들을 진심으로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는 열망이 솟구치며, 프런트맨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무대에 서는 것에 큰 설렘을 느꼈습니다."
-EP 소개 글의 '전염되는 혐오, 미움, 거짓말은 잠시일 뿐, 사람은 사랑하며 산다'는 문구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앨범을 관통하는 '사랑'과 '낭만'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제 곁에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결국 사랑뿐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저를 온전히 믿고 지켜준 사랑만이 남았고, 혐오나 미움, 거짓말 같은 것들은 전부 증발해 사라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낭만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이 곧 낭만입니다. 직접 관찰하고 마음 깊이 새겨둔 진실한 사랑의 기억들을 한 점의 거짓도 없이 담아냈습니다."
-'누벨바그(Nouvelle Vague)'부터 '생 마르탱(Saint-Martin)'까지 파리라는 공간적 배경이 두드러집니다.
"머리를 식히러 떠났던 파리에서 사고의 전환을 겪었습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 걸음걸이, 대화 나누는 표정까지 모든 풍경이 황홀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도시의 여유와 낭만을 음악으로 옮겨보고 싶어 주기적으로 파리를 찾았고, '생 마르탱'의 경우 현지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여과 없이 담아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곡입니다."
-'생 마르탱' 노랫말에도 구멍 난 양말이 등장합니다. 평소 사람을 관찰할 때 디테일에 주목하는 편인가요?
"양말, 스카프, 작은 액세서리나 대화할 때 뿜어져 나오는 고유의 에너지를 유심히 관찰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큰 매력과 흥미를 느낍니다."
-'러키(Lucky)', '기름진 땅', '18번' 등은 곁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들을 향한 노래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마음을 전하는 작업은 어떠했나요?
"솔직히 처음에는 많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웠습니다. 제가 가창력이 뛰어난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보니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 집중하며 더욱 진솔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목소리로 직접 메시지를 전하는 새로운 과정을 겪으며, 음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감사를 느꼈습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을 위한 노래를 짓는 일 역시 창작자에게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노래를 들으시고 '아들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나' 걱정하실까 봐 조심스러웠던 면도 있습니다. 다소 쑥스럽더라도 말이나 문자 메시지로 사랑을 전하는 것보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도구인 음악으로 평생 남을 기록을 선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유영현 싱글 '레드삭스' 커버.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952_web.jpg?rnd=20260827122005)
[서울=뉴시스] 유영현 싱글 '레드삭스' 커버. (사진 = 앵뮤직 제공) 2026.08.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확실한 슬픔'에서는 후회와 솔직한 고백이 돋보입니다. 창작자로서 감정을 덜어내는 과정이었나요?
"가까운 사람과 다투다 보면 마음에 없는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주고 뒤늦게 자책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감정을 덜어냈다기보다는, 당시 제 안에 존재했던 미성숙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둔 것에 가깝습니다. 곡으로 완성해 밖으로 꺼내어놓고 나니 제 자신을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세션 건반 연주자를 넘어 단독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서게 됐습니다. 전 과정을 홀로 책임지는 무게감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지금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중압감보다는 흥분과 설렘이 훨씬 큽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소리와 이미지를 구체화해 제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놓는 행위 자체가 가장 큰 창작의 원동력입니다. 제 음악의 뿌리이자 핵심 언어는 언제나 피아노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표현 방식은 패션이 될 수도, 영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폭넓은 시야를 지닌 작가의 태도로 세상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현재 대중음악 신에는 건반을 기반으로 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싱어송라이터가 매우 드뭅니다. 벤 폴즈(Ben Folds)와 같은 계보를 잇는 독자적인 영역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셨나요?
"록에 기반을 둔 피아노 음악이라는 점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건반 앞에 앉아 합주를 맞출 때 공간을 가득 채우는 뜨거운 에너지는 일종의 의식처럼 강렬합니다."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기보다 솔로 활동에 무게를 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오랜 공백기를 거치며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당분간은 제 안의 역량을 차근차근 다지며 홀로서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지금 함께 합을 맞추고 있는 세션 연주자들과의 호흡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긴 침묵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방관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홀로 감내해온 그 시간은 인간 유영현에게 어떤 무게로 남아있나요?
"시간이 흐르며 제 입장이나 오해를 해명하는 것보다, 피해 당사자가 겪었을 고통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습니다. 학창 시절 현장에서 용기 있게 잘못된 상황을 제지하지 못했던 제 미성숙한 태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후회했습니다. 당사자에게 쉽게 아물 수 없는 상처임을 알기에 세상 앞에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지금도 그 책임의 무게가 온전히 덜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과거의 일들이 다시 거론되더라도 결코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겸허히 마주할 생각입니다. 마음속의 괴로움을 지워내고 온전한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혹독했던 시간들이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나요?
"지난 7년 동안 바닥에서부터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내면이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이제는 어떤 시도에서 실패를 겪더라도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매사에 더욱 진지하고 과감하게 부딪혀볼 수 있는 배짱과 포부가 생겼습니다. 신곡 '레드 삭스'의 도전적인 사운드 역시 그러한 심리적 단단함 위에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곁을 묵묵히 지켜준 사람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됐을 것 같습니다.
"오랜 동네친구와 아내에게 가장 깊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일을 쉬고 있던 긴 시간 동안, 아내가 새벽 출근길마다 잠든 제 손을 잡고 기도해 주던 순간들이 제 삶을 지탱해 준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반려견과 동네를 산책하며 빨간 양말을 신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던 일상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음악적 자양분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피아노 앞에 부끄러움 없이 서며 진정성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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