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종관가에 생중계 바람…'보여주기식'은 없어야
등록 2026/03/31 14:45:17
수정 2026/03/31 16:44:24
전 부처 생중계 확대 방침에 확산 분위기
민감한 현안은 제외…'보여주기식'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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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요즘 세종관가에 '생중계'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생중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뒤로 부처마다 앞다퉈 생중계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 1월 법제처가 중앙부처 최초로 간부회의를 유튜브로 중계해 화제를 모았다. 2시간이 넘는 회의 과정을 그대로 공개했고, 이를 보도자료로까지 배포하며 홍보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도 최근 17개 시·도 부단체장이 참여하는 '중앙지방정책협의회' 회의를 약 1시간30분 동안 생중계했다. 대국민 접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사혁신처도 최근 유튜브로 정책설명회를 공개하는 등 부처들의 생중계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겠다는 취지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나 정책 논의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진 사이에서도 생중계 때문에 회의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관가 안팎에서는 소통보다 '보여주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됐다. 우선 생중계할 수 있는 아이템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부처 입장에서는 공개 부담이 큰 사안이나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정책은 중계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외적으로 무난하고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정들만 생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가 생중계 대상으로 BTS 컴백행사 관련 장관 현장 일정이나 사회연대경제 관련 학술행사 등 홍보하기 좋은 사안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제처의 간부회의 생중계 사례가 화제를 모았을 때 관가에서는 "타 부처 법령을 심사하는 곳이니 가능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감한 현안을 다루거나 논쟁 요소가 다분한 부처들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우리 부처가 간부회의를 생중계한다면 장관 모두발언 직후 카메라부터 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중계가 오히려 토론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공무원들은 발언 하나하나를 검열할 수밖에 없어서다.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은 최대한 피하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나 검토 단계의 의견은 꺼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날카로운 비판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생중계 효과가 충분한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장비를 세팅하고 중계를 준비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지만, 정작 조회수는 수백회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투자한 노력과 시간에 비해 정책 전달 효과가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할 부분이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그 방식이 반드시 '실시간 중계'일 필요는 없다. 무엇을 공개할지, 어떻게 전달할지가 더 중요하다. 국민들 앞에 비춰지는 모습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완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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