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26.2조' 과감한 선제대응…"필요한 시점" "방식 등 아쉬워"[전쟁추경]
등록 2026/03/31 13:29:17
수정 2026/03/31 15:26:27
정부, 중동 사태 한달 만에 26.2조 규모 추경 편성
유가 급등에 민생 어려움 커지자 맞춤형 대책 마련
"경기 회복 불씨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지원 필요"
"경제성장률 0.2%p 상승 효과…물가 자극 우려 없어"
"정부 적극적 역할 필요" vs "규모·지원방식 아쉬워"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31. bjko@newsis.com
[세종=뉴시스] 안호균 박광온 이수정 기자 = 31일 정부가 중동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은 이유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제와 민생 불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시차를 두고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저소득층, 소상공인, 청년 등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커져 우리 사회의 양극화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수출 기업들은 해운·물류 비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석유화학 등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원재료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구기관들은 중동 사태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급락하고 물가상승률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 경제는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조정했다. 하향조정 폭은 주요국 중 영국(0.5%p) 다음으로 컸다. 또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8%에서 2.7%로 대폭 상향조정됐다.
또 일각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함께 발생하는 경제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추경 재원을 활용해 국민들의 유가 부담을 경감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현금성 지원을 통해 소비 여력을 높여준다는 구상이다. 피해 기업에 대한 수출 바우처, 정책 금융 지원도 확대된다.
지난해 추경의 경우 민생회복 소비쿠폰처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중심이 됐다면, 이번 추경은 취약 계층에 대한 차등·선별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추경 재원은 ▲전국민 고유가 부담 경감(5조1000억원) ▲고유가 피해지원금(4조8000억원) ▲에너지 복지(2000억원 ▲취약계층 지원(8000억원)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1900억원) ▲농축수산물·문화 분야 할인(1000억원) ▲피해 기업·산업 지원(1조1000억원) ▲에너지 전환(5000억원) ▲문화산업 육성(2000억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정부는 하루빨리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현 정부가 어렵게 되살린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번 추경안을 마련했다"며 "우리 국민과 기업이 적기에 추경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신속한 의결로 화답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0.2%p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아직 경기 개선세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는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GDP갭이 마이너스(실질 GDP가 잠재GDP보다 낮음)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재정 투자가 된다고 해도 물가 자극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가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초과세수와 기금 자체재원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방식은 국채 발행보다 거시경제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며 "지원 방식은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을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민생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고, OECD 등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시 유럽 국가들이 경기 침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경기 회복 국면이 늦어지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정책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추경의 시기와 규모, 방향성, 지원 방식 등에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과세수가 어느정도 예상되더라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순차적으로 상황을 보면서 할 수도 있다"며 "추경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규모를 줄여서 고유가 대책에 초점을 맞춰서 하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지방이나 취약계층을 더 우대하고, 하위 70% 정도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은 잘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당장의 피해와 관련 없는 농어촌 기본소득이나 문화산업 지원 등은 지금 다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적자 재정을 편성해놓은 상태에서 추가 지출은 물가에 대한 우려를 높게 할 것"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물가와 환율 문제가 심각해지고 오히려 긴축이나 금리 인상 등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정부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고,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은 자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소득하위 70%면 많은 가구가 포함돼 실질적으로 가구당 지원액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더 빈곤한 계층과 어려움에 직면한 자영업자에게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게 하는게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구윤철(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03.31.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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