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격 쌀 때만 수입…"LNG 도매시장 민간경쟁 확대, 효과 불투명"

등록 2026/03/20 06:00:00

수정 2026/03/20 06:04:24

에너지경제연구원 경쟁영향평가 보고서

민간, 저렴할 때만 수입…'체리피킹' 가능성

비쌀 땐 가스公에 책임 전가…도입가 상승

30일분 저장시설 구비 의무도 '신중 접근'

"주요 도입국 비교시 유의미한 비효율 없어"

[세종=뉴시스]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사진=가스공사 제공) 2026.03.05.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액화천연가스(LNG) 도매 시장 민간 참여 확대가 시장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실제 효과는 불투명하다는 정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민간 직수입자가 국제 가격 변동에 따라 선택적으로 물량을 들여오는 '체리 피킹' 행태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국가 전체 도입 비용을 높이고 수급 안정을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20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가스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독점 구조인 도매 시장에 민간 자가소비용 직수입을 확대하는 것은 국가 전체 도입 단가 절감이나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스 산업 전반의 경쟁 환경을 진단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이다.

현행 가스 도매 시장은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LNG를 도입해 발전소나 도시가스사에 판매하는 수직 통합적 독점 구조다.

다만 1997년부터 발전용·산업용에 한해 직접 사용할 물량을 스스로 수입하는 '자가소비용 직수입'이 허용됐다.

자가소비용 직수입은 2005년 포스코와 SK E&S를 시작으로 지난 2023년 기준 20개사에서 시행 중이며, 2006년 국내 총 수입 물량의 4.3%였던 직수입사 비중은 2020년 22.9%를 차지할 정도로 확대됐다.

이론적으로는 독점 시장에 경쟁이 도입될 경우 가격이 낮아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효율성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분석 결과 가스 도매 시장은 이런 방식의 경쟁 도입이 실질적인 효율성 증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LNG 직수입 증가가 도입 가격을 낮추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직수입 증가 시기가 구매자 우위 시기와 맞물려 있어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LNG 도입의 비효율성이 독점 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의 가격협상력 부재나 도입원가 절감 유인 부족보다는 수급 안정의 최종 의무를 가질 수밖에 없는 제도적 요인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에 도시가스 계량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2022.08.29. livertrent@newsis.com

가장 큰 문제로는 민간 직수입자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꼽혔다.

민간 사업자는 국제 LNG 가격이 낮을 때는 직접 물량을 들여와 비용을 절감하지만 가격이 폭등하면 수입을 줄인다는 것이다.

실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현물 가격이 폭등했을 당시 민간 직수입 비중은 급감했다.

2020년에는 민간 직수입 비중이 22.9%였으나 2022년에는 15.9%까지 감소한 것이다.

전력시장 구조상 총발전량 유지를 위해 직수입 발전소의 발전량이 감소하면 부족분을 가스공사 공급 발전소가 공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직수입 물량의 변동성 증가는 도매사업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수요 예측 정확성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졌으며 민간 경쟁이 가져올 '도입 단가 하락' 효과를 상쇄했다.

오히려 민간 부문의 확대로 인한 수급 안정성 책임의 비대칭성이 심각한 비효율 요인이었다.

민간 사업자는 수익성에 따라 수입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반면 가스공사는 수급 안정을 위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구조 아래서는 진정한 의미의 공정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고 공사의 미계획 현물 도입 비용만 불어나 일반 소비자 요금 부담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인천=뉴시스]가스공사가 인천 송도에서 운영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전경. 2024.06.29 photo@newsis.com

가스 도매 시장의 핵심 설비인 저장시설에 관한 규제 완화 논의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경고등을 켰다.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는 소비계획량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이를 두고 판매사업을 하는 수출입사업자에게는 공급안정을 위한 저장시설 의무 규제가 필요하지만, 산업체나 발전사업자 같은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게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사업 추진에 제도적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해당 규제가 일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저장시설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민간부문 저장용량 확충에 따라 공공부문 투자 부담 감소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경쟁성 측면 외에는 비상시 저장 공간을 확보하게 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순기능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판매와 설비를 동시에 담당하는 가스공사의 수직통합구조는 배관시설 이용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직수입을 통한 시설 이용자는 주배관망 등 필수공급시설을 임차해 사용할 수밖에 없으나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필수설비 공동이용 제도는 여유용량 범위 내에 제공하게 돼있어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직수입자의 시설 접근 제약은 LNG 직수입 유인을 낮추고, 이는 경쟁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 비용 절감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주요 LNG 도입국과 도입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비효율성이 유의미하게 관찰되지 않았다"면서 "직수입 LNG 수입량 변화 등 요인에 의해 가스공사의 미계획된 추가 LNG 현물 도입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정 시기에는 우리나라의 평균 LNG 도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민수용·발전용 가스공급은 비용 효율적 측면보다 안정적 공급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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