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달드리 "한국서 본 '빌리 엘리어트', 살아있다는 느낌"

등록 2026/04/13 18:22:01

2000년 영화 이어 2005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선보여

"저예산 영화, 이렇게 성공할 줄 몰라…장수 공연도 예상 못해"

"전 세계 관객들, 춤으로 구현된 순수한 아름다음에 반응"

"AI의 혁명 시작됏지만…라이브 공연, AI가 절대 재현 못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달드리 연출.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이 공연의 가장 큰 즐거움은 어린 배우가 한계에 가까운 춤을 추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소년 빌리가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00년 자신의 첫 장편 영화로 '빌리 엘리어트'를 선보였던 달드리 연출은 2005년 동명의 뮤지컬로 초연을 올렸다. 이후 작품은 2007년 호주 시드니를 시작으로 미국 브로드웨이, 캐나다 토론토, 네덜란드, 일본 등에서 공연되며 약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에서는 2010년 초연했고, 이후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지난 12일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한국을 찾은 달드리 연출은 전날(12일) 공연장을 찾아 '한국 빌리'의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그는 "배우들이 환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이 공연을 몇 해 만에 보게 됐는데,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을 했다. 공연이 정말 새롭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어린 빌리 역으로 출연한 김승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달드리 연출은 "어젯밤 빌리 역을 연기한 김승주 군은 거의 완벽한 캐릭터였다"며 "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시기에 와 있다. 아이로 연약한 모습도 있어야 하고, 변성기도 오기 전이어야 하는 길지 않은 기간이 있는데 딱 그 지점에 있는 아이였다"고 소개했다.

이번 시즌 어린 빌리 역에는 김승주 외에 박지후, 조윤우, 김우진이 캐스팅됐다. 이들 모두 3차에 걸친 오디션과 안무 기본기를 훈련하는 '빌리 스쿨'을 소화해 출연 기회를 따냈다.

달드리 연출은 "극 중에서 빌리는 발레도 엄청 잘해야 하고, 노래, 탭 댄스를 선보이며 무대에도 계속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저는 이 역할이 '마라톤을 뛰면서 동시에 연극 '햄릿'을 연기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달드리 연출.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어려운 미션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한국 출연진에 그는 큰 만족감도 표했다. 그는 "영국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큰 감동을 받았다"며 연신 웃음지었다.

특히 의미가 있는 건 오래 전 만들어진 작품이 여러 나라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문화적 맥락이 다를 텐데도 놀랍도록 일관된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달드리 연출은 "어린 소년이 춤이라는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면에서 보편적인 스토리가 있는 것 같다. 공동체의 사람들이 결국 아이를 지지하는 순간까지 이어지고, 제조업이나 탄광 등 사라져가는 분야에 대한 공감도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다만 작품을 처음 만들 때는 작품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끌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달드리 연출은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영화 제작 중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어 관객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공연도 이렇게 장수할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뮤지컬 제작은 영국 가수 엘튼 존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는 "존이 영화를 보고 크게 감동 받았다고 한다.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을 했다더라. 그의 아버지는 끝까지 그가 음악을 하지 않길 바랐는데, 극 중에서 빌리는 아버지의 응원과 지원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처음 무대에 올리고 난 후 넘버 순서를 조정하는 등 전체적으로 손을 봤다.

"아이가 힘들어서 토할 정도로 춤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소화 가능한 버전으로 바꿔야했다"고 떠올린 그는 "이 공연이 미국, 한국, 영국, 아르헨티나 등 어디서 공연되든 전 세계 관객들이 춤으로 구현된 순수한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빌리 엘리어트' 외에도 '디 아워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의 영화를 연출했고, 연극 '어느 조사관의 방문', '기묘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TV 시리즈로는 '더 크라운'을 만들기도 했다.

뮤지컬 작품은 '빌리 엘리어트' 뿐이지만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그는 "몇몇 뮤지컬 작품을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달드리 연출.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공연예술이 지닌 본질적인 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달드리 연출은 "작품은 1984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영국에서 제조업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시기"라며 "오늘날은 AI(인공지능)가 또 다른 혁명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혁명 이후 최대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실업자가 크게 늘고, 새로운 기술로 공동체가 위협받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공연만이 가진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 강조했다.

"라이브 공연은 AI가 절대 재현해 낼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영화에서 다양한 것을 해내고 있고, 더 많은 것을 해내게 되겠지만 공연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같은 스토리를 보는 라이브한 경험은 절대 재현할 수 없죠."

'빌리 엘리어트'는 7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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