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천 10년만의 부활…'닫힌 지갑' 열리나?

등록 2026/04/13 09:46:45

수정 2026/04/13 10:10:23

외국인 관광객 늘었지만, 소비는 감소세

"국제 노선 다변화 없어 질적 개선 한계"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상공에서 바라 본 제주국제공항과 제주 도심 모습.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0년 만에 재개되는 제주-인천 직항 노선이 외국인 관광객 소비 위축과 국제선 편중 구조로 정체된 제주 관광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광객 수는 회복됐지만 지출은 줄어든 '속 빈 성장'과 특정 국가·도시에 집중된 항공 네트워크가 동시에 드러난 상황에서, 이번 노선은 단순한 교통편 확대를 넘어 구조 전환의 시험대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오는 5월12일부터 제주-인천 노선을 주 2회 왕복 운항한다. 2016년 정기편 중단 이후 약 10년 만이다. 정부가 인천공항 입국 외국인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운항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졌다.

최근 제주 관광은 규모의 성장 속에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모습이다. 외형적으로는 관광객 수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실제 지역경제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감소세에서 벗어난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제주관광공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016년 1466달러에서 2025년 919.2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개별 관광객의 지출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개별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1672달러에서 900.3달러로 40% 이상 줄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요인보다 관광 구조 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 제주 관광은 단체 패키지 중심으로 숙박·식음·쇼핑이 결합된 소비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SNS와 온라인 플랫폼 확산, 항공 접근성 변화 등이 맞물리며 자유여행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해안가를 중심으로 짙은 안개가 드리워진 12일 오전 제주시 무지개해안도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산책로를 걸어가고 있다. 2024.06.12. woo1223@newsis.com

여행 패턴의 변화가 지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 특징이다. 개별 관광객은 이동과 일정 선택의 자율성이 높은 대신 지출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성수기인 7~9월 외국인 1인당 지출이 오히려 봄철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엿보인다.

과거에는 면세점 쇼핑과 단체 식사 중심의 지출 비중이 컸다면, 최근에는 숙박·식음·체험 등 필수 소비 위주로 재편되면서 고부가가치 소비가 줄어드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경우 1인당 소비액이 2016년 1886달러에서 최근엔 866달러까지 절반 이상 감소해 전체 소비 하락을 견인했다.

관광 업계는 이 같은 소비 위축이 항공 노선 구조와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주공항 국제선은 특정 도시 중심의 편중 현상이 심화된 상태다. 중국 노선의 경우 베이징과 상하이에 전체의 60% 이상이 집중돼 있으며, 대만 타이페이를 포함한 소수 노선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다양한 지역에서 유입되던 관광객 풀이 축소되면서 신규 수요 창출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소비층의 관광객 유입이 제한되는 구조다. 젊은층 관광객이 늘고, 과거 제주 관광을 견인했던 중장년층 고소비 관광객 비중이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흐린 날씨를 보인 1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와 기암절경을 감상하고 있다. 2025.09.19. woo1223@newsis.com

이런 맥락에서 제주-인천 직항 노선 재개는 직접적인 국제선 확대는 아니지만, 사실상 접근성을 확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이 별도의 김포 환승 없이 제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직항 네트워크의 한계를 보완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만으로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제주공항 슬롯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신규 국제노선 확대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선 다변화 없이는 관광객 질적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 업계 관계자는 "제주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오느냐'보다 '어떤 관광객이 얼마나 쓰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소비력이 낮아진 개별 관광 중심 구조와 특정 노선에 의존하는 항공 네트워크를 동시에 개선하지 못할 경우, 관광객 수 회복이 곧바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만에 열린 제주~인천 하늘길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이 노선이 새로운 수요를 얼마나 끌어오고, 변화한 소비 구조를 얼마나 되돌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제주 관광이 양적 회복을 넘어 질적 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이번 하늘길 재개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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