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터진다" 기대감에 바이오 몰빵…한순간 '아수라장'[삼천당제약 거품 논란①]
등록 2026/04/11 13:01:00
삼천당제약 사건으로 바이오 업계 신뢰 '흔들'
신라젠·헬릭스미스 등 과거 비슷한 사례 파묘
"가치로 설명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 복원돼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4.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황재희 이소헌 기자 = 최근 삼천당제약이 논란에 휘말리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또 다시 눈총을 받고 있다. 장밋빛 전망에 기대심리가 폭발했다 한순간에 고꾸라지면서 버블 현상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논란은 계약 발표에 대한 의혹으로 시작됐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30일 미국 파트너사와 먹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의 제네릭, 먹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오럴'의 제네릭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으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 성과금) 1억 달러(약 1509억원)를 확보하고, 10년간 제품 판매 수익의 90%를 삼천당제약이 수령하는 조건이다. 그러나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은데다 수익 배분 조건이 지나치게 높아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한 블로거가 '12가지 이유'를 들며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또 한국거래소는 회사가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31일 삼천당제약에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과 관련한 공정 공시 미이행'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현재도 삼천당제약이 보유한 'S-PASS'의 특허권 소유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삼천당제약이 황제주에 올랐다 이른바 ‘황천당’이 되면서 과거 비슷한 사례들이 다시 '파묘'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신라젠이 있다. 신라젠은 2017년 당시 간암치료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기대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약 10조원 규모) 2위로 급등했다. 상장 초기 1만원 대였던 주가가 13만1000원까지 치솟으며 바이오 황제주로 등극한 것이다.
그러나 2019년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의 임상 중단 권고에 따라 임상 실패를 선언하면서 주가가 수직 낙하했다. 사흘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최고점 대비 90% 가까이 폭락했다.
또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 매각 의혹 및 배임·횡령 혐의가 드러나며 상장폐지 위기로 내몰리기도 했다. 당시 신라젠 주주 17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헬릭스미스는 시장의 기대가 컸던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를 개발 중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당시 엔젠시스의 당뇨병성신경병증 환자 대상 임상 3상 주요 톱라인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었으나, 이 과정에서 위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공시,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엔젠시스 투여 환자와 위약을 맞은 환자의 데이터가 뒤섞이는 등 황당한 실수가 벌어지면서 데이터 관리·검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회사 신뢰도는 곤두박질 쳤다. 이후에는 약물 혼용 탓이 아니었다며 입장을 바꾸는 등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임상을 재설계해 2024년 엔젠시스의 데이터를 공개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허가받은 코오롱티슈진 사례도 있다. 인보사 허가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당시 인보사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가 취소되고, 주식시장에서 한동안 퇴출되기도 했다.
또 2020년 신풍제약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라 주가가 약 17배 폭등하며 대장주에 올랐었다. 그러나 장원준 전 대표 등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매각 및 임상 실패 발표로 주가가 급락했다.
바이오 업계는 현재 실적보다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특성이 강하며, 일반 투자자가 실제 기술이나 계약 내용 등을 제대로 알기도 쉽지 않다.
한 바이오기업 IR 담당자는 “바이오의 경우 기업 규모가 작더라도 블록버스터 제품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기대감이 큰 업종”이라며 “이런 이노베이션을 통해 주가가 많이 올라가지만 사실상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자본시장에서 미스리딩(misleading)이 있을 경우 주주 집단소송이 일어난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바이오 시장은 기술이전 성과가 누적되고, 일부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며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임상 데이터나 실적 검증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기대감이 먼저 주가를 밀어 올리는 종목들이 나타나면서 바이오텍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도 역시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일부 종목은 실질 가치보다 서사와 수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이른바 ‘밈 주식’ 양상을 보이며,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 바이오텍이고, 무엇이 기대감만 앞선 종목인가’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대감이 아니라 가치로 설명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 프레임이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 honey@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