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 역사적 패배"…휴전 중에도 호르무즈 해협 장악
등록 2026/04/09 11:25:52
수정 2026/04/09 15:20:23
[샤름 엘 셰이크(이집트)=AP/뉴시스]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오른쪽)가 지난해 10월13일 가자 전쟁 종전 선언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말하고 있다. 샤리프 총리의 이란 전쟁 휴전 호소문이 사전에 미국과 합의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6.4.9.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시작했던 전쟁이 38일 만에 휴전에 돌입했으나, 실질적인 주도권은 이란이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세계 경제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하며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포격 속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인 장악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란 국가안보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패배를 당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실제로 이란군은 휴전 발효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향해 "이란 군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무전을 보내며 실질적인 해상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석유 수출량의 20%가 지나는 이 길목을 사실상 이란이 관리하는 상황이다.
중동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알렉스 바탄카는 "이란이 의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대신 협상을 택한 것은 이란의 경제 보복이 미국 내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제시한 '10개 요구안'을 언급하며 "논의를 구체화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라고 평가했다. 이 요구안에는 미국이 다시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제재 전면 해제, 중동 내 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인 조건들이 담겨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번 휴전이 사실상 미국의 판정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국무부 전문가 앨런 에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얻을 수 있는 어떤 합의도 전쟁 전보다 나쁜 조건일 것"이라며 "이제 남은 질문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어떻게 공식화할 것인가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란 내부에서는 전쟁 초기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강경파 세력이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만회 이상의 공습에도 살아남은 핵 시설과 미사일 전력을 바탕으로 향후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을 "승리"라고 주장하며 이란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기름길을 인질로 잡은 이란의 반격에 미국의 중동 전략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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