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쌍둥이 사망 원인은 병상·전문의 부족" 밝혀

등록 2026/04/07 19:43:32

수정 2026/04/07 19:57:28

대구 '협진망' 무용지물…고위험 산모 7곳서 거절당해

'쌍둥이 사망' 유족 법적 대응…대구시 "재발 방지 강구"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고위험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가량 도로 위를 헤매다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은 사고와 관련, 대구시와 소방 당국이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과 전문 인력 부족이 주 원인이라고 밝혔다.

7일 대구광역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3월1일 오전 1시39분께 대구 동구의 한 호텔에서 시작됐다. 임신 28주 차인 미국 국적 산모 A(26)씨가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오전 1시53분부터 약 40분간 칠곡경북대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지역 대학병원과 대형 산부인과 7곳에 수용 여부를 문의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칠곡경대, 계대동산)는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 병상 부족'을, 지역모자의료센터(가톨릭대, 경대, 파티마)는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와 '치료 역량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다.

특히 대구시가 응급실 미수용 사고 방지를 위해 도입한 '다중이송전원협진망'도 작동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조기 출산 및 고위험 산모의 배후 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기 때문에, 협진망을 통한 직권 선정 권한을 행사하기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병원을 찾지 못한 남편 B씨는 오전 2시44분께 자차를 이용해 평소 내원하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이동 과정에서 시어머니의 구급차 이송 요청으로 경북 선산IC 인근에서 A씨와 B씨를 만났지만, 최인근 지역의료기관(충남대, 을지대, 천안순천향대)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하자 다시 B씨는 자차로 이동했다.

재차 구급차 이송 요청으로 A씨는 충북 감곡IC 인근에서 구급차를 타고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의대증원 사태로 응급실이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천안 순천향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은 진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증 환자가 치료 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08.28. jhope@newsis.com

A씨는 신고 약 4시간 만인 오전 5시35분께 분당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수술을 받았으나, 첫째 아이는 다음 날 오전 1시21분께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 둘째 아이는 뇌 손상을 입어 경과 관찰 중이다.

소방 당국은 헬기를 동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산모가 자궁경부 봉합 수술을 받은 상태여서 기압 변화에 따른 공중분만 위험성이 커 헬기 이송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자의료센터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달 37병상에서 42병상으로, 칠곡경북대병원은 31병상에서 39병상으로 각각 늘렸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올해 중 39병상에서 48병상으로 확대한다. 경북대병원에는 고위험 산모·태아 집중치료실 5병상이 신설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모자의료센터 신생아중화자실 병상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산과 및 신생아과 전문의·전공의 부족 심화로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며 "상급종합병원장 등과 시장 권한대행 주재 간담회를 열고 미수용 사례 재발 방지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아이를 잃은 유족 측은 국가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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