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마비는 예고편" 기름값 폭등 도미노…다음 타깃은 유럽
등록 2026/04/06 14:45:23
수정 2026/04/06 15:35:46
인도 공장 가동 70%로 축소·인니 주유 제한…파키스탄은 경유값 90% 폭등
트럼프 대통령 “3주 내 작전 종료” 시사에도 시설 파괴로 해협 정상화 난망
[카라치=AP/뉴시스] 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의 한 주유소에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몰려들어 주유를 기다리고 있다. 2026.04.03.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오일 쇼크가 아시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공장들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조업을 중단했고, 주유소마다 기름을 구하려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며 배급제까지 등장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전쟁 전보다 10% 부족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만 아니라 비료 제조에 필수적인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통로여서 파장이 더욱 크다.
에너지 비축량이 적은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인도는 철강, 자동차, 섬유 등 주요 공장에 공급하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전쟁 전의 70% 수준으로 삭감했다. 방글라데시는 천연가스 비료 공장 대부분을 폐쇄해 식량 안보 위기까지 거론된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운전자 1인당 하루 주유량을 50리터로 제한하는 긴급 조치를 시행했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파키스탄은 휘발유 가격을 46%, 경유 가격을 90%나 인상하며 고육책을 내놨다. 알리 페르바이스 말리크 파키스탄 석유부 장관은 "디폴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 역시 "전쟁이 초래한 경제적 충격이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요청했다.
유럽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유럽연합(EU) 전역에서 휘발유 가격은 15%, 경유는 30%, 천연가스는 50% 이상 폭등했다. 댄 예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수요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라이언에어 등 주요 항공사들은 5월이면 항공유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란 내 군사 작전이 3주 안에 마무리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개방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쟁 중 파괴된 에너지 시설 복구와 선박 운항 지연 등을 고려하면 공급망 마비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서부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은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에 육박하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확보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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