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예소연 "관계는 삶에서 필연적…항상 좋지 않은 것 인정해야" [문화人터뷰]

등록 2026/04/04 14:00:00

수정 2026/04/04 15:14:24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 출간…가족·돌봄·온라인 관계 담은 7편

최연소 수상 이후 첫 작품집…"대단함보다 재밌게 쓰고 싶었다"

"잘 살기 위해선 남과 얼마나 잘 지낼수 있나 고민하는게 중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예소연 작가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연소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는 최근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를 출간했다. 2026.04.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조기용 기자 = 소설가 예소연(34)에게 인간의 삶은 결국 '관계의 연속'이다. 가족과 노동, 익명의 관계 온라인까지, 우리는 늘 누군가와 얽히며 살아간다. 최근 출간한 새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한겨레출판)는 그 관계의 빛과 그늘을 응시한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예소연은 이번 소설집에 대해 "지나가는 관계들이 포착되는 순간들을 많이 담으려고 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관계의 필연성에 주목했다.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삶에서 관계를 맺는 것은 필연적이에요. 시시때때로 어디서든 관계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이번 소설집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각 단편에는 가족, 돌봄 노동, 온라인 공간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들이 등장한다. 다만 작가는 관계를 따뜻하거나 아름다운 것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가 품고 있는 불편함과 균열, 윤리적 모순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

그는 "우리는 늘 살아가면서 무리를 짓는 경향이 있지만, 그 무리가 언제나 윤리적으로 올바르거나 고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고, 무너진 사이일지라도 당시의 경험이 지금과 미래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예소연 작가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연소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는 최근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를 출간했다. 2026.04.04. pak7130@newsis.com

표제작 '너의 나쁜 무리'는 가장 근원적인 관계인 혈연을 다룬다. 손녀 유선과 할머니 여사의 관계를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이어지는 애정과 통제, 상처와 재회의 서사를 담아냈다.

예소연은 "자신이 받지 못한 애정을 가족에게 강요하는 마음이 있지 않나"며 "그렇지만 결국 가족은 끊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걸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편 '아무사이'는 돌봄 노동자 희지와 돌봄을 받는 노인의 관계를 통해 노동으로 맺어진 관계의 아이러니를 비춘다. 정성을 다할수록 관계는 깊어지지만, 동시에 더 쉽게 상처받고 선이 그어지는 현실을 포착한다.

그는 "돌봄 노동은 사적 영역을 불가피하게 건드릴 수밖에 없다"며 "진심을 다할수록 서운함과 소외감이 커질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편 '통신광장'에서는 온라인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다룬다. 영화 '접속'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오늘날 사람들이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실에 주목했다.

"예전에는 온라인 관계를 문제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세계가 더 자연스러운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질문은 '나는 타인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가닿는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역시 관계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나로 잘 살기 위해서는 남과 얼마나 잘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년 만에 새 소설집을 펴낸 소감에 대해선 설렘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고 했다.

"부끄러움이 많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너무 설레기도 해서 요즘에 잠을 잘 못자요. 소설을 쓴다는 건 제 안의 많은 생각과 정서를 꺼내 보이는 일이어서 수치스럽기도 해요. 그런데 그 감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지난해 단편 '그 개와 혁명'으로 이상문학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소설집이기도 하다.

"(수상 후 글을 쓴다는게) 솔직히 많이 무섭고 부담스러웠죠. 그래도 늘 대단한 것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연차나 타이틀보다 글쓰기를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이에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예소연 작가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연소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는 최근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를 출간했다. 2026.04.04. pak7130@newsis.com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수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관심도 생겼는데,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와 가치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는 "최근에는 AI 명령어인 프롬프트에 관심이 많다"며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가치관을 주입하고,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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