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가구에서 똑똑한 비서로" AI가 바꾼 가전의 진화

등록 2026/04/04 15:00:00

수정 2026/04/04 15:32:24

삼성·LG전자, 생성형 AI 접목 가전 출시 봇물

단순 기계 넘어 '비서형’ 가전으로 진화

편리함 더하고, 브랜드 록인 효과 노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가 와인 정보 확인부터 입출고, 보관, 음용까지 AI로 편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피니트 AI 와인 냉장고' 신제품을 출시했다. 2026.03.30.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가전 시장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AI(인공지능) 홈 생태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투박한 기계를 인테리어 중심인 '가구'로 격상시키며 디자인 경쟁에 나섰다면, 이제 가전의 핵심은 '지능형 비서'로의 진화에 있다.

가전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성능 변별력을 갖기 어려워지자, 생성형 AI 등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고 브랜드 결속을 높이는 '록인(Lock-in) 전략'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AI 비서 '빅스비'를 자사 가전 신제품에 본격 적용했다.

업데이트된 빅스비는 정해진 명령어 없이도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 "소고기를 넣었으니 모드를 바꿔줘"라고 하면 AI가 맥락을 파악해 적합한 조리 코스를 설정한다.

"바람 안 나오게 에어컨 켜줘"라는 복합적인 명령 수행도 가능해졌다. 생성형 AI '퍼플렉시티'와 결합해 외출 장소 추천 등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가전의 역할을 확장했다.

이러한 기능은 2026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와 로봇청소기, 7형 스크린이 탑재된 세탁 가전 등에 폭넓게 탑재된다.

LG전자는 홈 허브 '씽큐 온(ThinQ ON)'을 중심으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하나로 묶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LG 역시 사용자의 맥락을 읽는 '공감지능'에 집중한다. "나 이제 나갈게"라는 말 한마디에 조명, 로봇청소기, 에어컨이 동시에 외출 모드로 전환되는 유기적인 연결성을 강조한다.

2026년형 'LG 휘센 오브제컬렉션'은 챗GPT 기반의 AI가 고객의 의도를 파악해 운전할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교감한다.

최근 선보인 'LG 올레드 에보' TV 역시 구글 제미나이(Gemini), 챗GPT 등과 연동된 'AI 컨시어지' 기능을 통해 고도화된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울=뉴시스] 25일 서울 양평동 그라운드220에서 열린 LG전자 2026년형 LG 올레드 에보 공개 설명회에서 모델들이 신제품의 생성형 AI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2026.03.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에서는 가전 시장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 성능이나 디자인 경쟁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운영체제(OS) 및 생태계 선점 경쟁으로 완전히 전환된 결과로 보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가전의 혁신은 공간과의 조화에 있었다.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 '오브제'를 론칭하고 삼성전자가 '비스포크'를 통해 맞춤형 인테리어 시대를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예쁜 가구로 공간을 채우는 데 만족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국내 기업의 디자인 철학까지 빠르게 흡수하며 추격해온 점도 결정적이다.

가전업계의 이러한 AI 전략은 후발 제품과의 차별화를 넘어,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강력한 '록인' 효과도 겨냥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나 LG전자의 '씽큐 온' 같은 AI 홈 플랫폼을 통해 가전들이 하나로 연결되면, 소비자는 타사 제품으로 갈아탈 때 발생하는 연동의 불편함을 꺼리게 된다.

삼성전자는 TV나 냉장고 등에 탑재된 스크린을 집안 전체 기기를 제어하는 'AI 홈’의 허브로 삼아 시각적인 연결 경험을 제공한다.

LG전자는 생성형 AI 기반의 전용 허브 단말기인 '씽큐 온’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목소리와 맥락을 읽는 공감지능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사업 철수 이후 집안 내 기기들을 결집할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해진 만큼, 전용 허브 단말기를 통해 독자적인 가전 플랫폼 생태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에 AI 기능을 적극 도입함에 따라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제품 간 브랜드 결속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