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원으로 2년 만에 3조 매출..인공지능의 기적
등록 2026/04/03 11:06:41
수정 2026/04/03 11:56:14
미 비만치료제 유통회사 메드비 "10억 달러 1인" 기업
[서울=뉴시스]인공지능의 도움으로 10억 달러 1인 기업을 구축한 미 메드비(Medvi)사의 홈페이지. 2026.4.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인공지능의 시대라지만 인공지능으로 무엇이 가능하고 어디까지 성취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경험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혼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연 매출 18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일궈낸 준 1인 기업을 소개했다.
매튜 갤러거(41)가 회사를 만드는데 든 돈과 시간은 2만 달러(약 3000만 원)와 2개월이 전부다.
그는 미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회사 운영 소프트웨어 코트와 웹사이트를 만들고 광고용 이미지와 동영상을 생성하고 고객 서비스를 처리했으며 사업성과를 분석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자신이 직접 할 수 없는 일들은 모두 외주를 줬다.
그렇게 설립한 메드비(Medvi)라는 회사는 GLP-1 비만치료제를 판매하는 원격 의료 업체다. 첫 달 고객이 300명, 둘째딸 1000명을 기록했으며 창업 첫해인 지난해 매출이 4억100만 달러(약 6045억 원)에 달했다.
혼자서는 모든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동생 엘리엇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메드비는 올해 매출을 18억 달러로 예상한다.
인공지능 덕분에 직원이 단 2명인 기업의 매출이 18억 달러에 달하게 된 것이다.
‘10억 달러 1인 기업’ 실현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 2024년 초효율적인 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했다. 혼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실제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극소수의 인력으로 숨 막히는 속도로 스타트업을 엄청난 규모로 키우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존의 기술 대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면서 수천 명의 직원을 줄이고 있다.
갤러거는 올트먼의 예측을 자신이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비만치료제의 중간유통업자가 된다는 아이디어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흥분했다.
메드비는 2인 기업이고 일부 계약직 직원도 두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10억 달러 1인 기업은 아니다. 또 투자 유치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공식적인 기업 가치 평가도 아직 없다.
그러나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많은 기술 기업들도 아직은 1인 10억 달러의 매출 달성을 꿈꿀 뿐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경쟁 치열한 비만치료제 시장 진출
메드비는 매출을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넘어 많은 수익도 내고 있다.
갤러거는 지난 18개월 동안 샤워하거나 잠을 자거나 두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않는 모든 시간을 집에서 메드비 업무를 보며 지냈다고 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복제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자신을 대신해 전화를 걸고 약속을 잡도록 함으로써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갤러거 만큼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갤러거는 현재로선 매우 예외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만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갤러거처럼 초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속속 탄생할 것이다.
갤러거는 어린 시절 모텔과 차 안에서 생활하는 유랑생활을 했다. 12살이 돼 신시내티에 정착했을 때 삼촌이 노트북을 선물했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갤러거는 10대 시절 지역 기업들을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eBay)에서 양초와 사무라이 검을 파는 등의 부업도 항상했다. 18살에 구축한 웹 호스팅 사업을 6000 달러(약 900만 원)에 팔았다.
잠시 신시내티대와 노던 켄터키대에 다녔지만 졸업은 하지 못했다. 2010년 배우가 되려고 로스앤젤레스로 옮겼지만 결국 코딩으로 돌아와 기술 직종을 전전했다.
직원 60명 기업 운영 실패
2016년 구독 방식으로 손목시계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워치 갱(Watch Gang)을 설립했다. 당시 60명의 직원을 채용했으나 사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2022년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하면서 인공지능을 실험해보려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난 2024년 애틀랜타의 의료 스타트업 케어밸리데이트(CareValidate)의 공동 창업자 지텐 차브라를 만났다.
원격 의료 일체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밸리데이트는 자사의 온라인 의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처방 의약품을 팔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환자와 의사, 약국을 연결해 처방을 작성하고 조제해 배송해주는 대신 소프트웨어 이용료를 받는다.
갤러거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브랜딩과 마케팅을 하고 의사·약국·배송·법규 준수 등 다른 업무는 케어밸리데이트 및 유사 플랫폼 오픈루프 헬스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GLP-1 비만치료제 판매부터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GLP-1 비만치료제 온라인 판매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었다.
거의 10년 전부터 힘스앤허스 헬스(Hims & Hers Health)·로(Ro) 등이 온라인 의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처방을 받아 발기부전 치료제와 탈모 치료제를 온라인으로 판매해왔다. 2021년 상장한 힘스는 직원이 2442명이며 지난해 매출이 24억 달러(약 3조6200억 원)에 달하는 기업이다.
인공지능 활용 효율적 사업 운영
힘스와 로가 이미 GLP-1 비만 치료제를 팔고 있었지만 갤러거는 인공지능과 온디맨드 의사 플랫폼을 구축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챗GPT·클로드·그록 등 여러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해 메드비의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소프트웨어 시스템들이 서로 통신하도록 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만들고 고객과 소통을 위해 인공지능 음성 도구를 활용했으며 동영상과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을 사용해 웹사이트와 광고를 제작했다.
소프트웨어와 첫달 마케팅 비용으로 2만 달러가 들었다.
메드비의 초기 웹사이트는 다소 조잡했지만 갤러거는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고객 서비스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2024년 9월 영업을 시작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배송되는 저렴한 GLP-1 약물을 원했다. 메드비는 첫 달 공급량을 최저 179달러(약 27만 원)에 팔았다.
메드비는 빠르게 케어밸리데이트와 오픈루프의 최대 고객 중 하나가 됐다. 메드비의 직원이 1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인공지능이 가끔 정해진 가격보다 싸게 주문을 받거나 판매하지도 않는 탈모 치료제를 판매한다고 홍보하는 등 약간의 문제도 있었다. 갤러거는 싼 가격의 주문을 그대로 이행했다.
갤러거는 고객 서비스 챗봇이 사람과 통화하길 원하는 고객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결하도록 했다. 그러자 1000건 이상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픈루프와 케어밸리데이트의 프로그램을 통합해 폭주하는 고객 서비스 전화 문제를 해결했다.
사업이 갈수록 확장되자 갤러거는 온라인 법률 서비스 리걸줌(LegalZoom)을 사용하다가 법무 법인과 계약했고 인공지능 회계 도구를 사용하다가 회계 법인과 계약하고 고객 유치 광고 구매를 돕는 미디어 에이전시들도 채용했다.
큰 이익으로 투자 유치 불필요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벤처캐피털을 유치해야 할지도 검토했다. 그러나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유치하지 말라는 벤처 투자자의 조언을 따랐다.
지난해 3월 갤러거는 메드비 웹사이트를 가볍게 손본 뒤 등산을 했다. 등산로에서 광고회사로부터 1시간 동안 주문이 없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둘러 돌아와 웹사이트를 고쳤지만 그 사이 잠재 고객 200명을 잃었다고 했다.
직원이 있었다면 대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갤러거는 직원 채용을 망설였다. 시계 판매 회사를 운영하면서 채용했던 직원 60명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기억한 때문이다. “비용만 늘고 의사결정은 느려졌다”고 했다.
결국 계약직 엔지니어 2명을 채용한 데 이어 신시내티에 있는 남동생 엘리엇(36)을 채용했다. 엘리엇에게는 자신이 일하는데 방해가 되는 소통을 걸러내는 일을 맡겼다.
엘리엇 덕분에 인공지능이 생성한 고객 영상을 실제 영상으로 교체하는 등 다소 엉성했던 홈페이지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메드비는 연간 매출 4억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25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순이익률이 16.2%에 달해 650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 힘스의 지난해 순이익률은 5.5%였다.
갤러거는 이익 일부를 확장에 재투자하고 있다. 다른 회사 인수도 검토했지만 직접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했다.
고객 서비스 전담 직원 채용
지난 2월 메드비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포함한 남성 건강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갤러거는 첫 달에 고객 5만 명을 확보했으며, 4개월 안에 GLP-1 사업을 능가하는 궤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오픈루프가 운영하는 건강식 식단 배달 서비스를 추가했다. 호르몬 치료제를 포함한 여성 건강식품과 탈모 치료제·영양제·스킨케어 제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갤러거는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처음으로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며 감사해한다.
그는 지난해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로스앤젤레스의 고양이 구조 단체에 기부했다. 노숙 청소년을 돕는 비영리 단체에도 기부할 계획이다. 메드비 이익의 대부분을 재단을 통해 운용하는 것이 목표다. 취미로는 영화에 투자하고 1700년대 회중시계를 포함한 역사적 물품을 수집한다.
갤러거는 앞으로도 직원을 더 채용할 생각이 없다. 동료들과의 유대감이 그립기는 하지만 메드비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인공지능 대신 사람이 꼭 필요한 업무도 있다.
메드비는 지난해 9월 일부 고객을 전담하는 관리자를 배정하기 시작했다. 이 고객들이 연락해오면 관리자들이 상대하도록 하면서 생일이나 자녀 이름 같은 세부 사항을 기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모두 계약직으로 채용된 계정 관리자 7명이 각각 수백 명의 고객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많은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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