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스리백 다른 결과…일본은 영국 잡고, 한국은 뒷목 잡아
등록 2026/04/02 11:15:51
홍명보호, A매치 2연전서 '0골 5실점' 처참한 성적표
일본은 스코틀랜드 이어 잉글랜드 격파…두 경기 '무실점'
스리백 완성도 차이 커…다년간 담금질한 일본 우위
가동 1년도 안 된 홍명보호 스리백 전술은 '우왕좌왕'
3백 쓰다가 망할 뻔했던 '아모링 시절' EPL 맨유 떠올라
[밀턴케인스=AP/뉴시스]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2026.03.28.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사실상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한일 축구의 희비가 엇갈렸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개막을 3개월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치른 A매치 2연전를 전패로 마감했다.
유럽 원정으로 진행된 이번 A매치에서 한국은 지난달 28일 영국 밀턴케인스에서 코트디부아르에 0-4로 완패한 데 이어 이달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스트리아에 0-1로 졌다.
2경기 동안 한국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5골을 내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이 A매치 2연패를 당한 건 2023년 6월 우루과이(1-2), 페루(0-1) 이후 약 3년 만이다. 2경기 연속 무득점은 2019년 10월 북한(0-0), 레바논(0-0), 11월 브라질(0-3) 이후 약 6년 만이다.
같은 시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일본은 A매치 2연전에서 전승을 거뒀다.
[밀턴케인스=AP/뉴시스]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 2026.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9일 스코틀랜드를 1-0으로 꺾은 뒤 1일 '축구 종가' 잉글랜드까지 1-0으로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잉글랜드가 아시아 국가에, 그것도 안방에서 패한 건 사상 처음이다.
두 경기를 모두 적지에서 치른 일본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짠물 수비를 자랑했다.
결과는 다르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센터백에 2명이 아닌 3명을 배치하는 스리백 전술을 가동한 건 닮았다.
그런데 일본은 '톱니바퀴' 조직력으로 찬사를 받았고, 한국은 '모래알' 조직력으로 우려를 낳았다.
[서울=뉴시스] 31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오스트리아의 평가전에서 김민재가 아쉬워 하고 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6.04.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은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30.4%-69.6% 밀리고, 슈팅 수에서도 7개(유효 슈팅 2개)-19개(유효 슈팅 4개)로 뒤졌다.
하지만 첫 유효 슈팅을 결승골로 연결하며 잉글랜드를 꺾는 역사를 썼다.
후방에 무게를 둔 일본은 조직적인 압박으로 잉글랜드의 공세를 막아낸 뒤 전반 23분 정확한 역습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우측으로 공을 이동하며 잉글랜드 수비의 시선을 끌었고, 반대편에선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간 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잉글랜드 골망을 갈랐다.
수비 상황에서도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수비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하며 잉글랜드에 쉽사리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글라스고=AP/뉴시스]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2026.03.27.
무엇보다 일본은 빌드업 과정에서 선수들의 포지셔닝이 매우 유기적이다.
윙백이 미드필더 지역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윙포워드가 중원으로 내려와 중원에서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 이 역시 오랜 기간 발을 맞춰온 결과다.
반면 한국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점유율에서 45%-55%로 근소하게 뒤졌지만, 슈팅 숫자에서는 11-5로 앞섰다.
그러나 일본처럼 약속된 패턴으로 이어지는 역습이 아닌 긴 패스 위주의 단조로운 빌드업으로 일관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손흥민(LAFC)이 몇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기도 했으나, 최근 소속팀에서 필드골이 없는 손흥민의 슈팅은 모두 불발됐다.
[런던=AP/뉴시스] 일본의 미토마 가오루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평가전 전반 23분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일본이 강력한 우승 후보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북중미 월드컵 이전 A매치 2연전에서 2승을 기록했다. 2026.04.01.
일본이 유기적인 포지셔닝을 보인다면, 한국은 정해진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 고전적 방식의 스리백을 운영한다. 수비 숫자는 많은데 중원이 텅 비는 원인이기도 하다.
일본과 한국 모두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에서 스리백을 주요 전술로 삼은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A매치에서 드러난 양국의 전술 완성도 차이는 꽤 컸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일본 감독은 다년간 스리백을 담금질해 왔다. 시행착오를 통해 이제는 몸에 맞는 옷을 찾은 느낌이다.
2024년 8월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2025년 여름 동아시안컵부터 스리백을 가동했다.
[용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2025.07.06. 20hwan@newsis.com
유럽파를 포함한 정예 멤버로 치러진 지난해 9월 A매치 이후 8차례 평가전 중 7경기에서 스리백을 실험했는데, 미국전 2-0 승리 등 좋았던 모습을 보인 적도 있지만 대부분 경기에선 계속 물음표가 따랐다.
스리백은 매일 모여 훈련하는 클럽팀에서도 완벽히 정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술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후벵 아모링 전 감독이 스리백을 고집하다가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다 마이클 캐릭 감독이 소방수로 부임해 4백으로 전환한 뒤 지금은 2025~2026시즌 현재 EPL 3위에 올라와 있다.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힐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맨체스터=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후벵 아모림 감독(왼쪽), 마테우스 쿠냐. 2025.12.15.
오스트리아전을 중계한 장지현 축구 해설위원도 "우리에게 잘 맞는 옷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월드컵을 3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잘 안되는 전술이 본선에서 갑자기 잘 먹힐 가능성은 매우 낮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홍명보호가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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