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연설 앞둔 트럼프…책임 떠넘기고 '셀프 종전' 수순 밟나
등록 2026/04/01 17:41:22
수정 2026/04/01 21:02:23
브렌트유 한때 118달러 '최고치'…유가 부담·여론 악화
"우린 떠난다" 호르무즈 선 긋기…동맹에 부담 전가
이란 "조건 충족 시 종전 의지"…대화 가능성 시사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한 뒤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2026.04.0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관련 대국민연설을 예고하면서, 일방적 '셀프 종전 선언'에 나설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0시) 이란 관련 중요한 최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2~3주 안에 이란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직후 나온 것으로, 연설이 사실상의 종전 선언 성격을 띨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 시점과 관련해 "아주 곧"이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란과의 합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나와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며 "이란이 장기간 석기시대로 돌아가고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유가 급등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라며 "그러면 유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지난달 31일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4.94% 오른 배럴당 118.35달러에 마감하며 2022년 6월 1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한 달간 상승폭은 63%에 달해 1988년 원유 선물시장 도입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브렌트유는 1일 조기 종전설이 확산하면서 100달러대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쟁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유가 급등에 따른 민심 악화와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휘발윳값이 유권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갤런당 4달러를 넘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한 뒤 결과를 유리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정당화하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과의 생산적인 회담"을 언급해왔지만, 이란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진전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전쟁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은 "지상군 투입을 통해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려는 시도는 막대한 미군 사상자와 장기전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정치적 부담을 고려할 때 '셀프 종전 선언'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이탈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동맹국들에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호르무즈해협과 관련 "미국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는 6일 오후 8시(한국 시간 7일 오전 9시)까지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에너지 시설을 초토화하겠다"던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석유나 가스가 필요하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직접 가면 된다. 그들은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당신들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우리를 돕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고 강조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낮은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무관하다는 의미다.
동맹 관계도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 소극적이었던 유럽 국가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안보 공약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매우 실망스럽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종전을 선언할 경우, 에너지 위기 책임과 동맹 신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역시 종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 측에서 종전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개전 이후 처음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침략 재발 방지 등 필수 조건이 충족될 경우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와의 접촉 사실을 인정하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출구를 모색하는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전쟁의 끝을 규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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