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집트 튀르키예 한국 일본도?…"이란戰, 핵 경쟁 촉발할까
등록 2026/04/01 16:10:58
수정 2026/04/01 19:10:24
"이란전, 안보 위한 핵 필요성 자극…걸프국가, 이란 결말 지켜볼 것"
채텀하우스 "韓 여론, 핵 개발 지지…사드는 美 핵 억제 의지 상징"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4.1.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란 전쟁을 계기로 중동 등 전세계에 핵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안보 보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각국에 확산되고 있어서다.
31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생산하지 않는 이른바 '핵무기 잠재력(nuclear weapons latency)' 상태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공격한 직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 전쟁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 확산 통제 전문가인 루팔 메타 네브래스카대 정치학부 교수는 최근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에 기고한 논평에서 이란전쟁의 역효과를 지적했다.
그는 "이란은 수년간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핵폭탄 문턱 바로 아래에 머물렀다"면서 "이란 새 지도부는 냉혹한 계산에 직면해 있다. 완성되지 않은 (핵) 폭탄을 가진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란 인사 사이에서는 최근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1968년 체결된 NPT에는 191개국이 가입돼 있다. NPT 공식 핵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5개국이며,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NPT에는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전(前)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핵무기에 반대하는 '파트와(종교 칙령)'를 발표하고 핵 보유를 주장한 군부를 억제했던 것과 상이한 움직임이다.
핵무기 보유는 상대방이 행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일례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침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군비통제협회 비확산 정책국장인 켈시 대븐포트는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패권적 욕망에 끼어 있고 미국과 안보 동맹에 대한 신뢰도 일부 상실한 상황이라며 "핵무기로 향할 여러 요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걸프 국가 지도자들은 이란 정권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분쟁이 끝나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이번 갈등이 안보를 위한 핵무기의 필요성에 대한 사고를 자극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DW는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관련 핵 협력 협정을 맺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란이 핵폭탄을 생산한다면 사우디도 보유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사우디가 핵무기는 커녕 핵 에너지 개발에만 10~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바라카(Barakah)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UAE는 미국과 2009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포기하기로 합의하면서 이웃 국가가 더 유연한 협정을 맺는다면 재협상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구두 단서를 달았다.
대븐포트 국장은 이집트와 튀르키예를 핵 잠재력 확보 가능성이 있는 중동 국가로 꼽았다. 이집트는 러시아와 협력해 지중해 연안에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 다만 이집트가 공식적으로 핵무기 없는 중동을 주창해와 핵 에너지를 무기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보 전문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의문을 야기하면서 미국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핵 억제 능력 개발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튀르키예, 폴란드 등의 여론은 독자적인 핵 능력 개발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채텀하우스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중국의 지속적인 핵 증강, 북한의 군비 확장, 미국의 안보 보장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수년간 독자적인 핵 획득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에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 것은 미국의 지역 공약에 대한 가시적인 상징이었다"며 "이는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포함해 동맹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확장 억제 의지를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채텀하우스는 "곧 열린 NPT 검토회의는 핵확산 논의를 다룰 중요한 기회"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핵확산이 실제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추상적인 원칙이 아니라, 주민에게 큰 고통을 준 북한의 지속적인 고립이라는 생생한 현실을 지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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