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확 꺾이고, 물가 전망 확 올랐다…고개 드는 경제위기론
등록 2026/03/28 10:30:00
수정 2026/03/28 11:07:28
OECD, 올해 韓 성장률 2.1→1.7% 물가상승률 1.8→2.7% 전망
석유 많이 소비하는 경제구조…주요국 중 중동 영향 가장 커
"韓,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 커 전쟁 장기화 시 생산에 부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고개 들어…재정·통화 정책 대응 필요
[뭄바이=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 선룽 수에즈 막스호가 12일 인도 뭄바이항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2026.03.18.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 전쟁이 한 달 째를 맞으면서 경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연구기관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추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크게 높이면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경제 회복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등 주력 산업마저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8일 정부와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8%에서 2.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중동 전쟁으로 대다수 국가가 공통적으로 성장·물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유지했지만, 2월까지 0.3%p의 상승 요인이 있었음에도 중동 전쟁으로 그 효과가 완전히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조정폭(0.4%p)은 영국(0.5%p)에 이어 주요국 중 두번째로 높았다. OECD는 한국 등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 전쟁 장기화 시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생산 활동에 부담이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지만 성장률 전망치는 0.9%를 유지했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2%p(2.2→2.4%) 상승하는데 그쳐 경제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일본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GDP 1만 달러당 석유를 어느 정도 소비하느냐를 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5.63 배럴로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반면 일본은 2.94 배럴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망은 2026년 중반부터 석유·가스·비료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는 기본 가정을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해 에너지 가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주요국 중 성장과 물가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차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 첫날인 27일 유가가 저렴한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6.03.27. hwang@newsis.com
정부는 지난 1월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 호조와 내수의 점진적인 회복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물가 급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내수 경기가 부진에 빠지는 것은 물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도 타격을 입으면서 경기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등장하면 기업의 신규 투자가 줄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중동전쟁으로 인해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을 찍고 끝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광석 교수는 "헬륨, 갈륨과 같은 소재들은 중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가전, IT 등 여러 산업의 생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중동발 쇼크가 한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개월 이상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에 이르는 '비관적 시나리오'의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1.1%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 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0.8%p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2.9%p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는 신속하게 정책 대응에 나섰다. 기획예산처는 내주 ▲유가 부담 완화 ▲민생 안정 ▲피해 기업·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커질 경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통해 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제유가가 100달러에서 150달러 수준으로 높아지거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교수는 "사태가 장기화할지 조기에 종전이 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1차 추경을 조금 작은 규모로 하고, 필요할 경우 2차 추경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통화정책은) 내수 경기 침체와 금융 부실의 위험 때문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긴 어렵겠지만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소폭의 금리 인상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6.03.11. yulnet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