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대신 신약개발 유도?…"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나"[약가인하③]
등록 2026/03/28 18:01:00
약가인하→영업이익 하락 직결
낮은 약가, 생산 중단 핵심 사유
"한국 실정 맞는 정책 설계해야"
"부작용 최소화 정책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제네릭(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45%(현재 53.55%)로 떨어지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사진=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대웅제약 제공) 2025.10.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황재희 이소헌 기자 = 제네릭(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45%(현재 53.55%)로 떨어지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일자리 축소·R&D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과 예측 가능한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수 제약기업은 하반기 시행될 의약품 건강보험 가격 인하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채용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거나 원가 절감 차원에서 대체 원료를 모색하는 등 약가 인하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의결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은 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45%(현재 53.55%)로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약가 산정체계는 올해 하반기 시행하며, 오는 2036년까지 10년에 걸쳐 약가 조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20번째 제네릭부터 적용했던 '계단식 약가 인하'는 13번째 제네릭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강화됐다.
이번 약가 인하는 제네릭 약가에 기대어 개발 투자에 소흘한 영세 제약사가 난립해있단 시각에서 시작됐다. 현재 완제의약품 제조사 중 생산규모 10억원 미만의 기업은 2024년 기준 30.3% 상당이다. 전체 제약사(원료의약품사 포함) 중 고용 인력 10명 미만 기업 비중도 42.3%다.
약가 인하→영업이익 하락…"낮은 약가, 의약품 생산 중단의 핵심 사유"
제약업계는 대규모 약가 인하가 수익성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켜, 저가 필수의약품 등의 생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보건안보 기반을 상실케 한다고 지적해왔다.
그동안 낮은 약가와 그로 인한 채산성 하락은 의약품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는 핵심 사유였다.
약값이 22원인 신경안정제 '대원디아제팜정 2㎎'의 경우 대원제약이 고원가 부담 등에 따라 오는 8월 이후 공급 중단할 계획이라고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 이 회사는 지난 1977년부터 이 약을 생산해왔지만 원가를 포함한 생산비용이 이미 약가를 뛰어넘어, 제약사 입장에선 만들어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명인제약도 정신분열증 치료제 '명인피모짓정4㎎'을 오는 9월부터 공급 중단할 계획이다. "원료 가격이 상승한 반면 약가는 지속 인하돼 수익성이 악화된 게 중단 사유"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약의 보험약가는 251원이다.
항생제, 분만유도제 등 대체 불가능한 의약품의 품절도 빈번한데 이들은 수익성 낮은 대표 약품으로 꼽혀, 약가 인하 시 채산성 악화로 인한 생산 중단이 우려된다.
실제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작년 말 제약바이오기업 CEO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 59개사 중 74.6%(44개사)는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전면 혹은 일부 취소하거나, 출시 계획을 변경 혹은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수익성·채산성 악화 ▲개발비 회수 불가·경제성 미성립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꼽았다.
"우리 산업구조에 맞는 제도 설계해야…부작용 최소화 정책 지원 필요"
제약기업들은 한국 제약산업 구조에 맞는 약가 인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제약기업은 매출 중 제네릭의 비중이 높다. 제네릭 매출이 줄면 고정비(R&D 투자금, 인건비 등)에 들일 여력도 줄어드는 구조다. 약값 하락은 제네릭 판매로 인한 매출·영업이익 하락으로 직결된다.
권덕철 법무법인 세종 고문, 김현욱 세종 변호사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한국은 제네릭 산업에 대한 안정적 기반이 확보되지 않으면, 신약 개발의 동력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라며 "우리나라 제약산업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제도를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릭 약가 우대 ▲기본 산정률 적용 ▲기등재 약제 약가 조정 등 3가지 측면 모두에서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방어선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도 요구했다. 이번 개편안에서 정부는 채산성 악화로 생산이 중단되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지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약가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도입 후 첫 전면 개편이다. 정부는 지정 기준을 10% 상향하고 국가필수의약품 중 보건의료 필수성 높은 약제를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우선 지정할 예정이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진료에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생산 원가 보전이 필요한 의약품을 말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1999년 퇴장방지 제도 만든 후 처음으로 기준선(기준 금액)을 10% 올리겠다는 건데, 그간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10% 상승으론 부족하다"며 "다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 신속히 실효성 있는 후속 제도가 구체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원료 직접생산, 국산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 등 원료 자급화 의약품에 대해선 약가를 우대(68%)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국산 원료를 못 쓰는 건 정부가 보전해주는 약가보다 해외 수입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약가 인하에 따른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지원과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비대위는 "향후 가동될 민관협의체가 약가 정책을 비롯해 제네릭 활성화 방안 마련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며 "산업 육성을 촉진하는 지원과 일자리 감축 및 투자 축소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실효적 조치를 함께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대규모의 약가 조정은 기업에 손실을 주기에 기업이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건정심은 기업의 의견이 수렴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산업 육성의 인사이트를 가진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거나 별도 위원회를 만든다면 보다 선진화되고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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