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떨어졌지만 안심은 금물…중동 현물가는 이미 160달러
등록 2026/03/25 15:37:29
수정 2026/03/25 16:10:25
UAE 원유, 해협 우회 물량 160달러 거래
아시아 정유사 대체 원유 확보 경쟁
"전쟁 끝나도 유가 하락까지 최소 6~8주"
[서울=뉴시스]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수출 가능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60달러에 거래됐다. 2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03.25.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부 중동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는 등 원유 시장의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국면 전환으로 국제 유가가 일시 하락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일종의 '가짜 안정'으로 보고 공급 충격이 결국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수출 가능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현물 가격은 최근 배럴당 16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는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이 같은 초고가 거래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시 국제 유가 상승의 전조로 보고 있다. 아시아 정유사들이 디젤과 항공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중동산 원유와 비슷한 성질의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조성한 협상 국면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조선이 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하려면 이란이 먼저 교전 중단에 동의해야 하는데, 협상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현재 일부 중동 원유에서 나타나는 초고가 거래가 결국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려면 단순히 해협이 재개되는 것만으로 부족하며, 걸프 산유국들이 전쟁 초기 단행한 감산을 되돌리고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장기 제재 완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은 로켓처럼 오르고, 깃털처럼 떨어진다"는 에너지 업계의 격언을 인용하며, 전쟁이 곧 끝나더라도 원유 생산과 운송이 정상화되기까지 약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가는 전쟁 관련 뉴스에 따라 매일 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전에서 주유소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물류·금융 시스템을 거치면서 가격 영향이 나타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이 같은 시차와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원유 시장에서는 지역과 원유 종류에 따른 가격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상품 데이터 업체 OPIS에 따르면, 중동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들어 150% 이상 폭등한 반면 유럽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64% 상승에 그쳤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유가는 급등한 뒤 여름과 가을에 걸쳐 천천히 하락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에는 중동 지역 생산 감소까지 겹쳐 충격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결국 높은 에너지 가격은 소비자 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에 따르면, 현재 해협 봉쇄로 하루 약 1600만 배럴의 공급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태다. 다음 달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 세계는 여전히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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