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알았나"…트럼프 발표 10분 전, 원유 거래 9배 폭증

등록 2026/03/25 11:42:57

수정 2026/03/25 12:28:24

트럼프, '이란 협상' 발표 10분 전 거래량 평소 9배 폭증

전문가 "조사 착수할 만한 수준"

예측시장서도 '족집게 베팅' 속출… 美 의회·당국 규제 강화 움직임

[워싱턴=AP/뉴시스] 24일(현지 시간) CB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증시 개장 전인 전날 오전 7시께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고,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히기 직전, 원유 선물 거래량이 급증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3.25.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개시를 발표하기 직전, 원유 선물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대규모 거래가 발생해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자 거래는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거래하는 행위로, 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불법 행위다.

24일(현지 시간) CB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증시 개장 전인 전날 오전 7시께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고,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히기 직전, 원유 선물 거래량이 급증했다.

오전 6시 49분부터 6시 50분 사이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계약 약 6200건이 체결됐고, 명목 거래 규모는 약 5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최근 5거래일간 같은 시간대 평균 거래량(약 700건)의 9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발표 직후 유가는 급락했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안화되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불과 이틀 전 이란의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협상 발언으로 뒤집히기 직전, 누군가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해 거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선물 거래 전문 로펌 트라우트먼 페퍼 로크의 파트너 스티븐 파이프그래스는 "대통령 게시물이 올라오기 직전에 거래량이 크게 급증한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며, 무엇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당시 시장을 움직일 만한 경제 지표 발표나 연방준비제도(Fed) 관계자의 연설 등 공개된 뉴스가 전혀 없었다"며 "트럼프의 발표를 미리 알았던 누군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거래가 개인에 의해 이뤄졌는지, 사전에 설정된 전략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원유 시장 변동성 자체가 커진 상황이어서 일정 부분 설명 가능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내부자 거래 의혹은 원유 시장을 넘어 정치·군사 이벤트 결과에 베팅하는 폴리마켓 등 '예측시장 플랫폼'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한 트레이더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시점을 맞히는 베팅으로 약 60만 달러를 벌었다. 또 다른 트레이더는 이란 관련 베팅으로 총 96만7000달러를 벌었으며, 1만 달러 이상 베팅에서 93%가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트레이더는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될 것이라는 베팅으로 43만6000달러 이상을 벌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축출을 발표하기 직전에 이뤄진 거래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예측시장 내 내부자 거래 방지를 위한 규정 제정에 착수했다. 미 의회에서도 정부 정책과 전쟁, 정부가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사건 등에 베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다만 CFTC와 백악관은 이번 원유 거래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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