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쇼크에 약가 인하…제약사들 "벼랑 끝 내몰렸다"
등록 2026/03/25 08:48:40
수정 2026/03/25 08:50:23
나프타 수급 차질 제약산업에 확산 조짐
"의약품 포장재 재고 3주…길어야 3개월"
제약사들, 플라스틱 기반 소재 의존도↑
"약가 인하까지 겹치면 경영 여건 악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4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종량제 봉투 구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6.03.2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촉발된 원자재 공급 불안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부자재 비용 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약가 인하 추진까지 더해지며 업계 전반 수익성이 악화될 거란 목소리가 높아졌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발 공급망 불안으로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서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 생산의 핵심 원료이며, 에틸렌은 플라스틱 소재의 기초 물질이다.
중동사태로 국내 나프타 수입량의 절반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나프타 재고 소진 우려가 커졌고, 가격은 급등했다. 원료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적 연결고리가 작동하는 셈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플라스틱 기반 소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직·간접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액백, 주사기, 의약품 용기, 포장재(비닐) 등 주요 의료용 소모품 상당수가 폴리에틸렌(PE) 등 에틸렌 기반 소재로 생산돼서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곧바로 포장 및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비용 부담을 넘어 생산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제약산업에서는 포장재나 용기를 변경하려면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대체 공급선을 신속히 확보하기 어렵다.
대표 품목인 '의약품 포장재'의 경우 A제약사는 한 달, B사는 약 3주, C사는 한 달~3개월, D사는 이미 재고가 없거나 품목에 따라 최대 2개월 가량 생산·공급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E사는 최근 거래 중인 의약품 용기 납품업체로부터 나프타 공급가격이 20% 인상돼 추후 의약품 용기 가격도 인상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으며, 나프타 배급제까지 거론된다고 E사는 전해들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하나를 바꾸는 데도 수개월 이상의 검증과 허가 과정이 필요하다"며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생산 자체보다 출하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을 확보하고도 포장재 수급 문제로 완제품 출하가 지연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추진이 맞물리며 이중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이유로 약가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고,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약가까지 낮아질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시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와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월 22일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일방적인 약가 인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국내 제약산업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2026.1.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약사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가격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의약품 가격은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원가 상승분을 즉각 반영하기 힘들다.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발 원자재 리스크만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약가 인하까지 겹치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산업 안정성을 고려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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