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에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농업용 등유값 급등에 화훼농가 '울상'

등록 2026/03/25 06:00:00

수정 2026/03/25 06:24:24

난방비·자재비·운송비·소비위축 '사중고'

"난방비 1000만원→1300만원으로 올라"

"면세 등유·전기요금 등 실질 보전 필요"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모습. 2026.03.24.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정부가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며 기름값 잡기에 나섰지만, 농업용 면세 등유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는 탓에 화훼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치솟는 난방비에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와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화훼 농가에서는 "역대급 사중고에 직면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등에서 사용하는 면세 실내등유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ℓ당 1265.2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8일 최저가(1114.82원)보다 13.5% 오른 수준으로, 약 20여일간 상승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특히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13일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면세 등유는 꾸준히 올라 지난 23일 최고점을 찍었다. 정부는 "실제 판매 주유소만 집계하면 가격이 하락 중"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통계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꽃이 진열돼 있다. 2026.03.24. spicy@newsis.com

경기 용인시에서 화훼 농장을 운영 중인 박승동 용인시화훼연합회 회장은 "농가 입장에서는 정책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난방비 부담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온실 1000평 기준 한 달 난방비가 예전엔 1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3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전기세까지 합치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에서 수국을 재배 중인 임육택 한국화훼협회장 역시 "작년엔 1200만원이던 난방비가 올해는 2000만원 가까이 나올 판"이라며 "기온이 오르지 않아 5월 서리까지 대비해야 하는데 앞이 캄캄하다"고 전했다.

정책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화훼업자 A씨는 "과거엔 면세 경유를 썼는데, 유용 방지 등을 이유로 등유로 바뀌면서 농가 손해가 막심하다"며 "등유는 경유보다 열량은 낮은데 가격은 더 비싸다. 면세 혜택을 받느니 그냥 경유를 떼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모습. 2026.03.24. spicy@newsis.com

비용 부담은 난방비에 그치지 않았다. 화훼 농가에서 사용하는 종묘와 상토, 비료 등 주요 자재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의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임 회장은 "배가 못 들어오니 당장 쓸 용토가 없다. 흙이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데 가격이 금값이 됐다"며 "용인에서 양재동 가는 운송비도 대당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올랐다"고 토로했다.

사중고의 정점은 '소비 위축'이었다. 경기 불황에 이란 사태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며 꽃 도매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다. 임 회장은 "수국 농사를 짓는데 사람들이 꽃을 안 사가니 갖다 놓지 못한다"며 "작년에도 눈이 많이 와서 고생하면서도 어찌어찌 버텼는데, 올해는 아예 박살이 난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화훼 농가들은 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임 회장은 "면세 등유와 전기요금 등 난방비에 대한 직접적인 보전이 필요하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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