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병뚜껑이 양면 조각으로…엘 아나추이, 서울서 신작 공개

등록 2026/03/23 10:22:44

화이트 큐브 서울서 개인전 4월 18일까지

El Anatsui - ‘LuwVor’,White Cube Seoul - 18 March – 18 April 2026_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금속 병뚜껑을 직조한 조각으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반열에 오른 가나 출신 엘 아나추이의 신작이 한국에 왔다.

서울 청담동 화이트 큐브 서울은 엘 아나추이 개인전 ‘LuwVor’를 4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작가의 신작을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서울을 시작으로 홍콩과 아트바젤 홍콩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상하이 푸동미술관 개인전과 런던 테이트 모던 커미션 ‘Behind the Red Moon’ 이후 발표되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l Anatsui, Hyundai Commission El Anatsui_Behind the Red Moon, 2023, © El Anatsui. Courtesy El Anatsui Studio_ *재판매 및 DB 금지

병뚜껑에서 직조로…확장된 조각

엘 아나추이는 금속, 점토,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물질의 변형과 문화적 서사를 탐구해왔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시작한 병뚜껑 작업은 금속 폐기물을 직조하듯 연결해 대형 조각을 만드는 방식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조각을 고정된 형태가 아닌 장소와 설치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잠정적 상태로 이해한다. 이러한 접근은 그의 핵심 개념인 ‘비고정적 형태(Non-fixed form)’로 이어진다.

1970년대 후반의 ‘깨진 항아리(Broken Pots)’ 연작은 작가 작업의 전환점이다. 점토 파편을 접합해 구성한 이 작업은 복원을 전제로 한 전통적 조각 개념에 저항하며, 해체와 재구성을 하나의 조형 행위로 확장했다.

작가는 “깨뜨린다는 것은 파괴가 아니라 재탄생의 조건”이라고 말해왔다. 이는 과거를 미래의 자원으로 삼는 아칸 문화 개념 ‘산코파(Sankofa)’와 맞닿아 있다.

El Anatsui - ‘LuwVor’,White Cube Seoul - 18 March – 18 April 2026_1 *재판매 및 DB 금지

양면의 조각, 열리는 구조

이번 신작은 약 30년간 이어온 병뚜껑 작업을 확장한 연작으로, 수천 개의 금속 병뚜껑을 절단·변형해 구리선으로 엮어 완성된다. 접합 구조는 표면 위로 드러나며 물질이 구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조각의 양면은 어느 한쪽이 우선하지 않는 관계로 구성된다. 한쪽은 은빛 단색의 평면을 이루고, 다른 면은 흑색·갈색·황색·산화된 적색이 어우러지며 토양을 연상시키는 색채를 형성한다.

표면의 틈과 구멍 사이로 내부 구조와 공간이 드러나며, 작품은 벽에 고정되지 않고 공간에 드리워진다. 관람자는 다양한 시점에서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아트 바젤 홍콩(3월 27~29일)에서도 본 연작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이 소개된다. 공중에 설치된 작품은 한쪽 면에서 짙은 적갈색의 색조가 펼쳐지고, 반대편에서는 은빛 금속 표면이 드러나며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아트바젤 홍콩 출품작품 Untitled RECTO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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