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위로를…" 친구 아버지 영정 앞 고개 떨군 학생들

등록 2026/04/13 15:18:45

수정 2026/04/13 16:12:24

완도고 1학년 135명 전원 조문…소방관 합동분향소 '눈물바다'

"친구 아버지가 왜" 앳된 조문 행렬, 지역사회도 애도 물결

[완도=뉴시스] 이현행 기자 = 완도고등학교 학생들이 13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마련된 화재 진압 순직 소방관 2명의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6.04.13. lhh@newsis.com

[완도=뉴시스]이현행 기자 = "친구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요."

13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문화예술의전당.

전날 완도군 한 수산물 냉동창고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고(故) 박승원(44) 소방경과 고(故) 노태영(30) 소방교의 마지막 길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합동분향소.

'헌신과 용기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 아래로 앳된 얼굴의 검은색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완도고등학교 1학년 학생 135명 전원이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순직한 박 소방경의 아들과 한 학교에서 공부하던 동급생들이다.

상주석도, 유족도 없는 합동분향소였지만 아이들은 마치 제 일인 양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장례식장에서 슬픔을 견디고 있을 친구를 대신해 아이들은 하얀 국화꽃을 손에 쥐고 친구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용기' 앞에 섰다.

영정 속 제복 입은 소방관을 마주한 아이들은 낮은 흐느낌을 뱉어냈다. 앳된 손으로 흰색 국화꽃을 제단 앞에 가지런히 놓았고, 여러 학생은 묵념을 하며 흐느끼거나 교복 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분향을 마치고 영정 앞에서 겨우 참아낸 울음을 밖으로 나와 터뜨리기도 했다.

1학년 학생들뿐만 아니라 2, 3학년 학생들도 개별적으로 분향소를 찾아 순직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소방과 경찰, 군 관계자들도 후배와 동료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완도고등학교 한 학생은 "내 주위에서, 그것도 같은 학교 친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영정 사진을 보니 가슴이 너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다른 학생은 "장례식장에 있을 친구에게 나중에 만나면 무슨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그저 친구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더 미안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주민들의 표정 역시 비통함으로 가득 찼다. 완도 지역사회에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두 소방관을 한꺼번에 잃었다는 사실은 주민들에게도 커다란 상실감을 안겼다.

분향을 마친 인근 주민은 "어린 아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고인의 사연이 남 일 같지 않아 한걸음에 달려왔다. 지역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은 처음이라 다들 가슴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지만, 친구 아버지를 조문하러 온 저 아이들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고인들이 부디 편히 쉴 수 있도록 지역민들이 마음을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순직 소방관의 장례식장을 찾아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이에 따라 소방위였던 박 소방관은 소방경으로, 소방사였던 노 소방관은 소방교로 각각 1계급 특진했다.

순직 소방관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완도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완도=뉴시스] 이현행 기자 = 완도고등학교 학생들이 13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마련된 화재 진압 순직 소방관 2명의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6.04.13. lh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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