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국제질서의 중심이 됐나

등록 2026/04/12 14:47:20

수정 2026/04/12 14:50:24

촘스키·로빈슨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서울=뉴시스]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2026.04.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체포됐다. 2월에는 이스라엘과 합작해 이란을 공습했다.

트럼프 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언어학자이자 철학자인 노엄 촘스키와 미국의 진보 성향 저널리스트 네이선 J. 로빈슨은 이러한 미국의 행보를 비판한다.

신간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메디치미디어)는 미국의 군사·정치·경제 활동의 역사를 짚으며 오늘날 미국의 모습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추적한다.

책은 미국이 전 세계 패권을 차지하게 된 배경을 보여준다.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부터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를 둘러싼 갈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패권주의를 분석한다.

저자들은 미국이 건국 이래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규정하며, 자국의 정책이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다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를 전파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 논리로 이어졌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예외가 된다는 명제가 형성됐다고 본다.

미국 엘리트의 이중잣대도 비판한다.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면 선(善), 이를 거스르면 악(惡)으로 규정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같은 잔혹 행위라도 미국이나 동맹국이 저지르면 '비(非)테러(un-terror)'로, 적대국이 저지르면 '악마의 소행'으로 낙인찍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 같은 시각은 전장에서 전사한 군인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적용된다고 책은 지적한다.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의 희생은 추모하면서도 적대국 군인의 죽음에는 존엄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 담론에서 드러나지 않은 이념적 가정의 명백한 사례는 '테러리즘'이라는 단어의 사용 방식이다. 미 국방부는 테러리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포를 유발하고 정부나 사회를 강압하기 위해 종종 종교적, 정치적 또는 기타 이념적 신념에 따른 불법적 폭력 행사 혹은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사용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반드시 테러 국가로 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11장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

책은 또 가해 주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도 설명한다. 위구르 탄압을 이유로 중국을 처벌하는 법안에는 동의하면서도, 무함마드 빈 살만과 손을 잡거나 팔레스타인을 공습한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한 사례를 통해 미국의 이중성을 구체적으로 비춘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미국은 견제하려는 강대국의 범죄와 폭력에는 반대하면서도, 중요한 파트너나 동맹국의 범죄와 폭력은 지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한다.

"모든 통치 권력은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역사에서는 악당이 아니다. (중략)  역사상 최악의 범죄자들도 종종 자신을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라고 자처했다." ('서론: 고결한 목표와 마피아 논리' 중)

두 저자는 미국의 수많은 위선을 폭로하며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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