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별개 재판에 증거 제출…대법 "피고 같아 정당행위"
등록 2026/04/12 09:00:00
수정 2026/04/12 09:26:23
피고 같은 두 재판서 얻은 증거 반대로 제출한 변호사
1·2심 선고유예…"개인정보 누설에 해당, 정당행위 아냐"
대법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 오해"…원심 파기환송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피고가 같은 두 건의 임금 소송 재판 과정에서 확인한 원고들의 은행 거래내역 등 자료를 서로의 재판 증거로 활용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에 대해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6.04.1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석 기자 = 피고가 같은 두 건의 임금 소송 재판 과정에서 확인한 원고들의 은행 거래내역 등 자료를 서로의 재판 증거로 활용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에 대해 대법원이 정당행위를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에게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B씨, C씨가 D씨 외 2명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D씨 외 2명의 소송대리를 맡은 변호사다.
해당 민사소송들은 B씨와 C씨가 과거 고용된 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을 사망한 고용주의 상속인들인 D씨 외 2명에게 각각 청구한 별개 소송이다.
A씨는 C씨의 민사사건에서 B씨의 은행 거래내역을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B씨의 민사사건에서 C씨의 소득금액증명 및 은행거래내역을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증거 자료는 B씨와 C씨의 민사사건에서 각 재판부를 통해 확인한 내용인데, 이를 A씨가 서로 다른 민사사건의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A씨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 정보를 누설하고, 법원의 제출 명령에 따라 알게 된 거래정보 등을 목적 외 용도로 이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평등·정의가 적혀 있는 모습. 2026.04.12. myjs@newsis.com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A씨가 소송대리인으로 업무를 담당하면서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에 해당한다"며 "A씨의 행위는 구 개인정보보호법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변호사로서 금융거래정보나 소득금액 증명 등과 같은 정보는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문서송부촉탁 등 특별한 조치 없이는 취득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제출된 정보나 금융거래정보, 소득금액 증명 등과 같은 정보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다고 하더라도 변형,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며 "A씨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해당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던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가 의뢰인의 이익 및 소송경제를 도모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만으로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 2026.04.12. myjs@newsis.com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구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 및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항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와 관련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A씨의 행위를 정당한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두 민사사건의 주요 쟁점과 사실관계, 증거가 공통되고 일방 당사자가 동일하다"며 "D씨 외 2명의 소송대리인인 A씨가 두 민사사건에서 B씨, C씨의 동일한 주장을 반박하고 그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해당 증거들을 두 민사사건에 증거로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행위가 구 금융실명법 위반, 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s@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