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지원액 절반도 못 미친 과징금…HDC 지주회사 전환 탓?
등록 2026/04/12 12:00:00
수정 2026/04/12 12:40:25
공정위, HDC 부당지원에 과징금 171억 부과
부당지원 450억…'매우 중대한 법 위반' 판단
지주사 전환에 매출 급감…제재 상한선 작용
부과율 상향 추진에도 매출액 상한선은 제외
[서울=뉴시스]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사진. (사진=HDC아이파크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HDC의 부당지원행위에 과징금 171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사건은 '매우 중대한 법 위반'으로 분류됐으나, 실제 제재 수위는 지원액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매출액 급감이 과징금 상한선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부당지원액에 적용할 수 있는 부과율 상향을 추진 중인 가운데, 매출액 비례조건도 완화할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HDC의 부당지원 사건에 대해 지원주체인 HDC에 57억원, 지원객체인 HDC아이파크몰(아이파크몰)에 113억원 등 과징금 총 171억원을 부과했다.
HDC는 지난 2006년부터 약 17년 동안 계열사인 아이파크몰에 임대보증금 명목 자금 약 330억~360억원을 저금리로 대여해주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파크몰이 HDC에 지급한 연평균 사용수익은 1억500만원 수준이다. 이를 이자율로 환산하면 0.3%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자금 300억원 이상을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저리로 빌려준 것으로 판단했다.
전체 기간 동안 아이파크몰이 정상적으로 지급했어야 하는 이자는 총 504억원이었는데, 아이파크몰은 HDC에 총 47억원만 지급해 이자비용 458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를 매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매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는 부당지원금액의 120%에서 16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실제 부과액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순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HDC(주)가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계열사인 HDC아이파크몰에게 임대보증금 명목의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17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6.04.08. ppkjm@newsis.com
이 같은 결과는 현행법상 과징금 상한 규정 탓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은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직전 3개년도 평균 매출액의 10%를 초과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지원주체인 HDC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매출액은 약 570억원으로, 10%인 57억원이 상한선으로 작용했다. 아이파크몰 역시 평균 매출액 1136억원의 10%인 113억원이 부과됐다.
HDC는 지난 2018년 현대산업개발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했다.
2017년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액은 4조원을 상회했으나, 지주사 전환 이후 HDC 매출액이 2020-2022년 평균 500억원대 수준으로 80배 이상 급감했다.
결과적으로 기업 구조 개편이 공정위 제재 수위를 대폭 낮추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지원 금액을 산정했지만 법에서 정한 이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기 어렵다"며 "HDC와 아이파크몰의 3개년도 평균 매출액 10% 한도에 걸려 최고 한도까지 다 부과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는 경제제재 합리화의 일환으로 부당지원행위 과징금의 부과기준율을 상향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하한을 기존 위반액의 20%에서 100%로, 상한을 160%에서 300%로 상향해 악질적인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과징금 한계를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통상적인 경우 관련 매출액이 아닌 총 매출액의 10%인 과징금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HDC 건은 법 위반 기간이 길어 부당지원액이 높은 상황에서 지주회사로 전환돼 총 매출액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연 매출액의 10%를 넘는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개정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업집단 우미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를 제재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4곳에 대한 과징금이 부과과징금 한도를 넘어서 한도를 적용받은 사례가 있다.
부당지원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높아지면 이같은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 역시 높아지는 셈이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경제제재 합리화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과징금 부과율뿐 아니라 매출액 기준 상한선 개정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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