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파괴" 위협부터 휴전까지…긴박했던 11시간

등록 2026/04/08 11:28:38

트럼프 오전 8시 "12시간 뒤 문명 파괴" 글 게재

삽시간에 퍼지며 각국 정부·기업·민간 카운트다운

유럽 당국과 월가 투자자들 "트럼프 물러설 것" 예상

각국 지도자들 트럼프 비난…미 민주당은 "내쫓아야"

트럼프, 오후 내내 중재안 검토한 뒤 "휴전" 발표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오전 8시6분(미 동부시간)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 이란 문명 전체가 오늘밤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위협한 내용이다. 2026.4.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이란 문명 파괴 위협에 전 세계가 긴장했으나 시한 90분 앞두고 공격을 철회하면서 마지막 도박이 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유명 인플루언서는 트럼프가 위협을 실행하지 못하면 “벌거벗은 황제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7일 오전 8시6분(현지시각) 트루스 소셜에 이란이 앞으로 12시간 안에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오늘 밤 문명 전체가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발했다.

85단어로 된 이 게시물은 충격적이었다. 각국 대사관과 전세계 기업 임원들에게 삽시간에 퍼져 나가며 이날 오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로 정해진 시한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레오 14세 교황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물러설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의 위협이 허풍인지 확전의 전주곡인지를 알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백악관 당국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럽 당국자들은 화상 통화로 회의한 끝에 트럼프가 결국은 물러설 것으로 결론지었다. 월가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협상 전술로 치부했다.

출구 찾기

미국의 동맹국들과 중재국들은 출구를 찾거나 시간을 더 벌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란 주민들은 전기와 가스가 끊길 것을 예상하며 도시에 머물지, 아니면 시골로 피신할 지를 두고 고민했다. 석유 스토브를 꺼내 연료를 채우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 해 동안의 억압, 경제난을 겪은 끝에 5주 동안 전쟁을 치른 한 이란 여성(42)은 "고통이 충분히 깊어지면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트럼프 글이 올라온 지 30분도 안 돼 이집트에 미국 협상단과 소통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란의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중동 전역을 암흑으로 몰아넣겠다고 맞받았다.

이스라엘 주민들이 유월절 마지막 날을 준비하는 시간에 트럼프의 위협 사실이 전해졌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메시지를 읽은 직후 공습 사이렌이 울리기도 전에 집안 방공호로 대피했다.

올메르트는 방공호에서 “전면적이든 부분적이든 이란 문명의 파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썼다.

트럼프의 위협이 있은 지 1시간 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과 회의했다. 매일 있는 정례 회의였다.

쿠퍼 사령관이 공격 대상으로 설정한 이란 에너지 시설 목록을 제시했다. "이란의 모든 발전소를 폐쇄하고, 불태우고, 폭파한다"는 트럼프 위협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모든 표적들이 이란 군·안보군과의 명확한 연관성이 있고 민간인 피해가 과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공격이 합법적이라고 평가된 것들이었다.

'벌거벗은 황제‘

트럼프 지지자들과 인플루언서들이 트럼프의 위협을 두고 실시간 스트리밍과 팟캐스트에서 각종 추측을 쏟아 냈다.

팔로워 2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팀 풀은 트럼프가 "미친 것처럼 보이려는 것"이라면서 실행하지 못하면 "벌거벗은 황제가 될 것이다…이번이 그의 마지막 도박일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를 방문중인 JD 밴스 미 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대통령지지 연설에서 이란인들이 ”현명하기를 바란다…12시간 시한 안에 많은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전 10시30분, 브렛 베이어 폭스 뉴스 앵커가 트럼프가 공격이 "오후 8시는 실행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후 통상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스물다섯 개 넘는 트루스 소셜 게시물을 쏟아냈다. 모두 인디애나주 의회 경선 후보들을 지지하는 내용들이었다.

정부 당국자들도 ”협상 전술“이라는 의견과 실제 위협이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기술 기업 CEO들과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들이 트럼프의 위협이 초래할 경제 불안정에 대한 우려로 들끓었다.

월가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오락가락해온 것을 지적하며 공격이 있더라도 광범위한 파괴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 해군 장성 출신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칼라일 부회장은 회사 임원들에게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 유인이 있기 때문에 몇 주 안에 휴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약 65%라고 브리핑했다.

트럼프 보좌관 출신 브라이언 란자 투자 자문은 휴가중임에도 고객들 문의에 응대하면서 트럼프가 위협을 실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의 위협을 비난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7일 오후 유럽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이 TV에서 "문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례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이란의 민간인들이 지도자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론 존슨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민간 공격은 “엄청난 실수”라고 경고했고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를 축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트럼프에게 최후 통첩을 2주 연장하는 대신 휴전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트럼프가 오후 내내 집무실에 틀어박혀 보좌관들과 회의하고 전화하면서 파키스탄의 제안을 검토했다.

오후 6시32분,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에 공습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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