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출장 주민 감사, 오세훈 손에?…옴부즈만제도 시험대

등록 2026/04/08 09:31:59

수정 2026/04/08 10:08:52

주민 감사, 6월 서울시장 선거서 쟁점화 가능성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서울시장 직속 기관

감사서 어떤 결론 나오든 정치적 파장 불가피

[서울=뉴시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2026.04.08. (자료=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성동구청장 출신인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출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동구 일부 주민들이 서울시에 감사를 요구했다.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오세훈 시장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성동구 주민 5명은 지난 6일 서울시청 옴부즈만위원회를 찾아 주민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정 후보가 출장 당시 특정 공무원과 동행하게 된 경위와 문서 성별 오기, 사후 서명 조작 의혹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주민 감사 대상은 서울 자치구나 자치구청장의 사무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다.

이 감사를 청구한 주민들은 정 후보의 출장을 문제 삼았고 이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일치한다. 김 의원은 정 후보가 2023년 한 여성 공무원과 멕시코 칸쿤으로 출장을 다녀왔고 공무국외출장 심사의결서에 해당 직원 성별이 남성으로 기록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 후보 측은 다수 인사와 함께 국제참여민주주의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공무상 출장 중 칸쿤을 경유지로 택했을 뿐이며 성별을 잘못 기재한 것은 기록 과정상 실수였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폭로와 이어진 주민 감사 청구는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성 비서 관련 논란 후 사망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겨냥해 "박원순 시즌 2가 될 것"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 와중에 김 의원이 정 후보와 여성 측근 간 관계를 의심하면서 오 시장을 돕는 모양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자 2차 합동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2026.04.03. photo@newsis.com

주민 감사가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지 않다. 오 시장과 정 후보가 여야 후보로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감사 과정과 결과가 부동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서 주민 감사를 수행해야 할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서울시민 입장에서 행정을 감시하고 시민 권익을 보호하는 합의제 행정 기관이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기원은 조순 시장 때인 1996년에 도입된 시민감사청구제도다. 이후 시민감사관, 청렴계약옴부즈만을 거쳐 오 시장 첫 임기였던 2008년 시민감사옴부즈만이 처음 등장했다. 박원순 시장 임기 중인 2015~2016년 지금의 체제를 갖췄다.

주목할 점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서울시장 직속 기관이라는 점이다. 현직 시민감사옴부즈만은 조덕현 위원장을 비롯해 7명이다. 조 위원장은 오 시장이 임명한 인사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성동구청장 재직시 ‘공무국외출장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3.31.suncho21@newsis.com

게다가 이번 주민 감사와 가장 밀접한 기구인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산하 '감사 청구 심의위원회' 역시 오 시장이 직접 임명하거나 위촉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대표변호사가 맡았다. 부위원장은 유인재 미래도시성장연구소 소장이다. 문혁 서울시 감사위원장과 조덕현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이 당연직이다. 서울시의회 여야 의원이 1명씩 포함됐다.

감사 청구 심의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정식으로 감사할지 여부를 정하는 핵심적인 기구다. 이 위원회는 ▲주민감사청구 요건 심사 ▲주민감사청구의 청구인명부에 적힌 유효서명의 확인 ▲청구인명부의 서명에 관한 이의신청의 심사·결정 등 기능을 한다. 여기에 '그 밖에 시장이 주민감사청구와 관련해 회의에 부치는 사항'도 다룬다. 오 시장이 관여할 공간이 열려 있다.

다만 감사에 실제 착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선거 전에 감사가 끝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성동구가 주민 감사 요구 대표자 자격 검증 후 서울시에 대표자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대표자는 연대 서명인 150명을 모아야 한다. 150명을 모으더라도 이후 10일간 명부를 공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감사 청구 심의위원회가 안건을 다루게 된다. 선거가 열리는 6월 3일 전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뉴시스]2023년 제1차 감사청구심의회. 2023.06.05. (사진=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감사가 시작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정 후보가 소환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출장 관련 공문이 직접적인 감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문을 처리한 성동구 공무원은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출장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면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성동구에 해당 공무원을 징계해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성동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정한다.

이번 주민 감사 청구가 아예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게 되는 사항,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 등은 감사를 할 수 없게 돼 있어서다. 이미 이 건에 대해서는 정 후보 캠프가 김재섭 의원을 고발한 상태다. 이 때문에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의결될 수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정치 공세에 시달릴 처지에 놓였다. 정 후보 출장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낼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출장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면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종로구 CU 마로니에 공원점을 찾아 고립은둔 청년 관련 의견을 듣기에 앞서 '외로움없는서울' 포토카드를 비치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고립 은둔 청년들을 가족·사회와 연결하는 '고립은둔 청년 溫(ON)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시는 2030년까지 5년간 총 1090억원을 투입해 누적 91만3000명에 달하는 고립 은둔 청년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6.04.07. bluesoda@newsis.com

출범 후 시민 권익 보호 첨병 역할을 수행해 온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는 비판에 시달리면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경우 제도 도입 3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번처럼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선거에 휘말리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감사기관장인 시장과 피감기관장인 자치구청장이 맞붙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제도의 공정성과 독립성, 지속 가능성 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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