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무너지는 원화 가치…외환보유액까지 타격
등록 2026/04/05 06:00:00
수정 2026/04/05 06:16:24
금융권, 1600원대 돌파 우려에는 신중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중계방송이 나오고 있다. 2026.04.0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1400원대 박스권에 갇혀있던 원·달러 환율이 이란 전쟁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다. 17년 만에 장중 1530원을 뚫은 데다 외환보유액도 최근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14.5원 내린 1505.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야간 거래에서는 하락폭을 줄여 1511.4원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이 되기 전에는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물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이제는 1500원대를 뉴노멀로 봐야 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서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미세조정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방어에 실패했고, 이란 전쟁 전개 상황에 따라 널뛰고 있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로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며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란 전쟁이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환율을 진정시킬 방안이 사실상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등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이란 공격을 더 강하게 하겠다고 선언하자 환율은 18.4원 급등한 1519.7원으로 주간 거래 장을 마감했다. 종전 기대에 한때 150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1520원대 턱밑까지 치솟은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확전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가치가 더욱 고꾸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방공망이 거의 무력화됐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이란 영공에서 미군 전투기가 공격을 받아 추락하는 일이 발생하며 종전 기대감은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
다만 환율이 1600원대까지 넘길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금융권의 시각이 있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1600원 수준까지의 상승은 이번달 이후에도 계속되는 이란 전쟁이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절하율 관점에서 현재의 환율 상승이 위기의 심화를 의미하냐는 부분에 관해서는 두려워할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동일한 절하율로 지난달 말 환율인 1445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IMF 외환위기는 환율이 3363원까지 상승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2565원, 비상계엄 선포는 1595원이었다"며 "오히려 고민되는 부분은 높아지고 있는 위기 시 저점 레벨"이라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저점이 844원, 코로나 1155원, 비상계엄 1306원으로 한국 원화의 기본 레벨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초 펀더멘털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벤트에 따른 단기 반등보다 경제 체력이 더욱 안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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