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딸"…아파트 단지 참변 8살의 마지막 길

등록 2026/04/02 14:15:31

수정 2026/04/02 16:37:39

"어른들 부주의로 사고…보호구역도 아냐"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2일 오전 울산 북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초등학교 2학년 이모(7)양의 빈소에 간식과 학용품, 장난감 등이 놓여 있다. parksj@newsis.com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사랑하는 우리 딸…우리 공주"

2일 오전 울산 북구 한 장례식장. 아파트 단지 안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초등학교 2학년 이모(8)양의 발인이 조용히 진행됐다.

누군가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훔쳤다. 짧았던 여덟 해의 시간은 그렇게 가족의 오열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

빈소 한편에는 아이가 좋아했을 법한 과자와 음료수, 인형, 장난감, 학용품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아기자기한 물건들은 아이가 금방이라도 돌아와 집어 들 것만 같았다.

부모가 남긴 편지에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천국에서는 새로운 친구들 많이 사귀고, 나중에 엄마 아빠한테 꼭 소개해줘. 나중에 보자…"

짧은 문장 끝마다 떨림이 묻어 있었다.

같은 반 친구가 삐뚤삐뚤한 글씨로 남긴 편지도 빈소를 더욱 먹먹하게 했다. 서툰 글씨에는 친구를 향한 그리움과 믿기지 않는 이별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북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태권도 학원 차량에서 내린 직후 길을 건너던 중 SUV에 치여 끝내 숨졌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1일 오후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안에서 SUV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주민들이 놓고간 과자와 꽃 등이 놓여있다. 2026.04.01. gorgeouskoo@newsis.com

아이를 잃은 가족들에게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극이었다.

이양의 할아버지는 "일어나면 안 될 사고, 일어날 수도 없는 사고가 났다"며 "어른들의 부주의로 손녀가 이렇게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손녀가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넜는데,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잘못 밟았다고 하더라"며 "술이나 마약도 아니라 구속 사유가 없다고 경찰이 말했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원래는 학원 차량에서 내리면 인솔자가 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건너게 해준다"며 "그날만 다른 사람이 운전해 제대로 인솔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차가 오는지 한 번만 봐줬어도 됐는데, 하필 그날…"이라며 말을 흐렸다.

사고가 난 아파트 단지에는 어린이집이 있고 아이들의 통행도 잦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다니는데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린이가 있으면 그곳이 바로 보호구역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경찰은 60대 SUV 운전자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다. 또 학원 차량 운전자에 대해서도 안전 인솔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s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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