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카드'…월 최대 8억달러 노린다

등록 2026/03/30 16:19:33

수정 2026/03/30 18:18:23

종전 조건에 '해협 주권' 포함…통행료 징수 구상

국제법 위반 반발 속 일부 선박 비용 지불 정황

[서울=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중인 이란이 4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최소 10척의 선박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촉발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협상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 인정을 새롭게 요구했다. 해협을 통한 '통행료 징수' 구상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29일(현지 시간) 이란 전 국회의원인 이브라힘 카르하네이 박사는 보수 매체 기고문을 통해 종전 조건으로 미군의 중동 철수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제시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하는 등 법적·경제적 통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이란은 이를 군사적 위협을 넘어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글로벌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해협 봉쇄를 위협해 왔지만 실제 파급력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충돌로 해상 운송이 급감하고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해협 통제의 실질적 위력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CNN에 따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중동 담장 책임자인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이란은 호르무즈 전략이 예상보다 훨씬 쉽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번 전쟁을 통해 확보한 협상력을 수익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주요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주요 7개국(G7) 회의 이후 "해협 통행료 부과는 불법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G7 외교장관들도 "통행료 없는 항행의 자유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법적으로도 논란이 크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국제 항행 해협에서는 모든 국가에 통항권이 보장되며, 연안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전문가들은 해당 원칙이 관습 국제법으로도 인정되는 만큼, 이란의 구상은 법적 정당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해군 전쟁대학의 국제해사법 교수인 제임스 크라스카는 "통행료 부과는 통항 규칙 위반"이라며 "연안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국제 해협에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두바이=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출항한 화물선이 15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접근하고 있다. 2026.03.15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가 겹치는 국제 항행 해협이다. 이 해역 내에서는 이란과 오만의 법이 적용된다"면서도 "하지만 국제 해협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 통항권이 적용돼 수상, 비행, 수중 통항이 방해 없이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의회에서는 해협 이용국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검토 중이며, 최고지도부 측근들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체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란이 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 수익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가 창출하는 수익에 필적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점을 감안하면, 유조선 한 척당 약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월 최대 8억 달러(약 1조2100억원)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024년 이란의 월간 석유 수출 수익의 약 15~20%에 해당한다.

이집트는 인공적으로 건설돼 정부가 관리하는 수로인 수에즈 운하에서 일반적으로 월 7~8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해 해운업계는 위축된 상태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이란 연안에 가까운 항로를 선택하거나, 안전 확보를 위해 비공식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8일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간 선박은 이 유조선을 포함해 운반선 2척과 벌크선 4척 등 모두 7척이 포착됐다.

현재 어떤 국가, 수입업체 또는 선박 운영사도 통행료 지불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관련 계약 내용도 불분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해운 정보 회사인 로이드 리스트가 2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는 새로운 통로를 이용했으며, 최소 두 척의 선박이 통행료를 지불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중 한 척은 약 2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 리스트 편집장인 리처드 미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인된 선박에 대한 등록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일부 정부는 자국 유조선의 통항을 확보하기 위해 이란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며 "협상에서 진전이 없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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