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C가 주목한 ‘작별하지 않는다’…국가폭력·기억, 그리고 애도의 서사
등록 2026/03/27 11:35:05
수정 2026/03/27 17:03:19
NBCC"제주 4·3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 섬세하게 그려"
한강, '소년이 온다' 집필 이후 꾼 악몽에서 영감 얻어
[스톡홀름=AP/뉴시스] 작가 한강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만찬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브 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2024.12.11.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전미도서비평가협의회(NBCC)상에 오른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국가 폭력과 기억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의회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스쿨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 작품에 대해 "제주 4·3 사건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했다.
소설은 작가 경하와 친구 인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하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내려가고, 빈집에서 인선의 가족사를 따라가며 제주 4.3의 비극과 마주한다.
한강 작가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 이후 꾼 악몽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을 시작했다. 2014년 집필에 들어가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가 연재된 뒤 2021년 출간됐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11일 오전 제주시 이도이동 남문서점 한 켠에 마련된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가 코너에서 한 시민이 작가의 추천 서적을 고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 2021년 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탐독할 것을 추천했다. 2024.10.11. woo1223@newsis.com
평론가들은 이 소설이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기억과 애도의 방식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며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한강은 출간 당시 '지극한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도,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이기도, 제주 4·3을 그린 소설이기도 하지만 그중 하나를 고른다면 지극한 사랑을 고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소설가 한강 (사진 = 문학동네) 2021.9.7. photo@newsis.com
한강은 NBCC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고, 미국 출판사 편집장을 통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작품에 대해 "불가능한 이별 대신 작별을 고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끈질긴 아침 속에 머무르기로 선택한다"며 "그들은 칠흑같은 밤의 심연 속에서 바다 밑에 촛불을 밝힌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을 믿고 싶고, 희망을 품은채 끈질기게 그 빛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국내에선 김만중문학상과 대산문학상을, 프랑스에서 메디치 외국문학상(2023년)을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2024년)을 받았다. 이번 NCAA상 수상으로, 다시 한번 한강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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