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AI 훈풍'으로 다진 무역 내실…유가로 갉아먹을까
등록 2026/03/22 14:00:00
수정 2026/03/22 15:33:28
생산·운송·수요 3각 압박에 '비상'
전기료·항공료 인상…수출 악영향
산업부 고유가 속 상쇄 효과 '촉각'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6.03.01. yulnet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한국 수출 전선에 '고유가'라는 암초가 나타났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 상승은 생산 원가 부담과 글로벌 수요 위축을 야기해 무역 내실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22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드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생산·운송·수요 등 3대 경로를 통해 실질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생산 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는 제조 공정에서 막대한 양의 전력을 소비하는 대표적 전력 다소비 산업이다.
삼성전자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4년 국내 전력사용량은 2만5111기가와트시(GWh)로, 같은 기간 서울시 전력사용량 4만5791Gwh의 약 55% 수준에 이른다.
아직까지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 원료비 상승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계속될 경우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직접적인 생산 비용으로 전가되는 데까지는 수개월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운송 비용의 급증 역시 우려 지점이다.
자동차나 철강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품목과 달리,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서 적기 배송이 중요해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항공 운송에 의존한다.
국제 유가 상승은 항공유 가격 폭등과 직결되며 이는 곧바로 물류비용 부담으로 전이된다.
실제로 중동 사태 이후 국내 항공사의 다음달 유류할증료는 이달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액 자체가 늘어나더라도 물류비 등 부대 비용 지출이 커질 경우,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쥐는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연일 한파가 이어지는 27일 오전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26.01.27. amin2@newsis.com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라 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전 세계적인 고유가는 각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이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컴퓨터·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활용한 제품 구매를 미루게 만든다.
글로벌 IT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면 결국 반도체 주문량 감소와 단가 하락이라는 연쇄 반응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의 반도체 시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특화 제품을 중심으로 한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있어 고유가 충격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워낙 공격적이어서, 반도체 단가를 2배 이상 높여도 수요가 줄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시장 특성상 상승한 비용을 단가에 전가할 수 있어 단기적인 수익성 둔화 우려는 적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 인상에 따른 반도체 업종의 생산비용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산업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반도체 업종의 생산 비용은 약 0.0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의 직접 비용 충격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는 에너지 가격의 직접 투입 효과만 반영한 결과"라며 "핵심 원자재의 물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실제 산업 충격은 추정치보다 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 2026.02.11. xconfi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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