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되려고 '학원'에?…공약·연설문 작성 1회에 15만원
등록 2026/03/18 06:30:00
아동 스피치 학원 중심으로 '임원선거 대비반'
퍼포먼스·이미지 트레이닝·발성 및 발음 점검
회당 10~15만원…전교권 임원 대비는 20만원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3일 경기 수원시 대평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왕관을 쓴 신입생 어린이가 친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6.03.03. jtk@newsis.com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어머님, 고학년으로 갈수록 아이들이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에 재밌다고 뽑지 않아요. 공약과 연설이 중요해져서 고학년 학생들이 더 많이 다녀요."
반장 선거가 인기투표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새 학기를 맞아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이어지는 학급·전교 임원선거를 겨냥한 사교육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청소년 스피치(웅변) 학원을 중심으로 임원 선거 대비반 수업이 성행하고 있다. 공약 점검, 연설문 작성, 퍼포먼스, 이미지 트레이닝, 발성, 소품 아이디어 제공은 물론 공·사립 여부 등 학교 분위기에 맞춘 공약 코칭까지 이뤄진다. 수업은 대개 일대일 개인 지도로 진행되며 학급 임원 선거 기준 회당 10만~15만원, 전교권 임원 선거는 회당 최대 20만원 수준이다.
서울 노원구 소재 M학원은 학급 임원 선거 대비를 위해 일대일 수업을 추천하며 최소 2회 수강을 안내했다. 1회 50분에 12만원으로, 첫 수업에서 원고를 작성하고 두 번째 수업에서는 퍼포먼스 중심으로 진행한 뒤 추가 수업으로 반복 연습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Y학원은 회당 10만원에 4회 기준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원고 작성부터 발성·발음·제스처·퍼포먼스까지 종합 지도한다. Y학원 관계자는 "여유 있게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아이들 혼자 준비해도 괜찮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의 장점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함께 원고를 작성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 부천의 H학원은 학급 임원 기준 회당 1시간에 15만원인 수업을 4회 수강할 것을 제안했다. 전교권 임원을 준비할 때는 회당 1시간30분 진행되며 20만원이다. 학생이 구상한 공약과 해당 학교 분위기를 반영해 연설문을 2~3개 작성해 주고, 학생이 하나를 고르면 개인에 맞게 수정한 뒤 발성·발음·제스처 등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H학원 관계자는 "연설문을 아이한테 맞춰서 더 독창적으로 만들어드린다"며 "이번 기회로 발성법도 배우고, 연설문 쓰는 방법도 배우고, 발표 기법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반장 선거에까지 사교육이 파고든 배경에는 전교·학급 임원 경력이 '스펙'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한 학부모는 "임원 경력이 상급학교 진학 때 당락을 가르지는 않지만 아이가 반장이 되면 교내 상이나 교외 상 시상권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 위원장)는 "임원을 하게 되면 각종 상들이 보이지 않게 그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 회장 경험 등을 기반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입 전형들도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학생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사교육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고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정신적으로 우울증 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부모 욕심에 마지못해 하는 경우에는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부모가 사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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