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보라 작가가 마주한 12·3 비상계엄…'처단'

등록 2026/03/17 08:00:00

현대인에게 '돌봄'이란…'카프네'

[서울=뉴시스] '처단' (사진=상상스퀘어 제공) 2026.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처단(상상스퀘어)=정보라 지음

"이것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한국 대표 SF(과학소설) 작가 정보라가 12·3 비상계엄을 소재로 쓴 단편소설이다. 작가는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돌아간다.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순간 멈췄던 국민의 일상에 대해 복기한다.

작품에는 당시 미래를 알 수 없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반응과 시선이 담겼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미래가 없는, 혹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말한다. 이에 소설은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더라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정보라는 소설의 담긴 내용의 절반은 사실이라고 한다. 소설이 시작된 배경의 병원은 계엄이 선포됐을 때 정보라의 남편이 수술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포고령에 담긴 의료인을 처단하란 문구는 그에게 큰 공포로 다가왔다.

황유지 문학평론가는 허구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 소설을 '르포르타주-SF'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는 현실에서 단지 한 발짝 더 뗐을 뿐인데 그 발밑은 천 길 낭떠러지라는 지독히 사실적인 그림"이라며 "정보라의 SF가 섬뜩한 이유는 단 한줄기의 서사만을 비틀었을 뿐이라는 점으로부터 육박해 온다"고 설명한다.

[서울=뉴시스] '카프네' (사진=은행나무 제공) 2026.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카프네(은행나무)=아베 아키코 지음

남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가오루코'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다. 남동생의 사인(死因)은 원인 불명의 돌연사로 판명된다. 하지만 가오루코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은 떠난 남동생의 유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죽음을 계획하지 않고서야 이 유언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언에는 전 여자친구 '오노데라 세쓰나'에게 자기 재산을 나눠주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세쓰나는 유산을 거절한다.

첫 단추가 좋지 않았던 두 인물의 관계였지만 세쓰나는 가오루코에게 집에 데려다주고, 요리도 해주며 관계가 개선된다. 그러다 둘은 가사 대행 회사 '카프네'에서 각각 청소와 요리를 맡아 의뢰인의 집을 찾아간다.

이들이 찾아가는 의뢰인들은 아픈 가족을 간호하거나 독박 육아를 떠안고 있는 등 각자만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가오루코는 이들의 일상을 점점 회복해 주고, 자신 또한 무너진 삶을 점차 회복해 나간다.

작품은 '돌봄'이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보여준다. 삶의 위로를 건네는 책은 일본 전역 서점 직원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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