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인간,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박현주 아트에세이 ④]

등록 2025/11/15 01:01:00

수정 2026/01/23 17:07:16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2024, 영상 스틸. ACC 제작지원.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상은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

휴대폰의 진동처럼, 도시의 심장은 쉴 틈 없이 뛰고,

인간의 몸은 그 속도에 몸을 맡긴다.

그러다 어느새, 우리는 기계의 일부가 된다.

미디어아티스트 김아영의 영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팬데믹 시기, 그녀는 실제 배달노동자들을 따라 달리며

 ‘움직임’ 속에 숨은 인간의 존엄을 기록했다.

그 질주는 단순한 생계의 몸부림이 아니었다.

삶을 이어가는 가장 원초적 형태의 몸의 언어였다.

‘딜리버리 댄서’ 3부작은 AI와 게임엔진,

실사 촬영이 교차하는 복합적 구조 속에서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졌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안에서 김아영이 진짜로 붙잡은 건 기술이 아니다.

데이터의 속도 속에서도 여전히 느끼는 존재,

‘생각하는 인간’을 다시 꺼내 보인다.

그녀의 인물들은 말 대신 움직인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몸이 생각한다.

그들의 몸짓은 언어보다 진실하고,

침묵은 차가운 고립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는 연대다.

스크린 속에서 여성들은 달리고, 흔들리고,

사라지지만 그 궤적은 곧 우리 모두의 초상처럼 남는다.

Ayoung Kim. Many Worlds Over, exhibition view Hamburger Bahnhof – Nationalgalerie der Gegenwart, 28.2. – 20.7.2025 © Courtesy Ayoung Kim & Gallery Hyundai / Nationalgalerie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Photo: Jacopo LaForgia *재판매 및 DB 금지

김아영은 기계의 시선으로 인간의 감정을 다시 번역한다.

냉철한 기술의 문법 속에서 온기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그녀의 예술이다.

AI의 계산 너머에 남은 불완전한 감정.

바로 그 불완전함이,

인간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딜리버리 댄서’는 도시에 던진 질문을 확장하며

인간의 미래를 묻는 하나의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AI가 명령을 내리고, 인간이 속도를 맞춘다.

그 속에서 김아영은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배달되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향하는 곳은

또 다른 인간의 심장일지도 모른다.

                            

김아영 작가 〈딜리버리 댄서의 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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