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눈물의 문까지 닫힌다" 사우디, 트럼프에 "이란 봉쇄 중단" 간청

등록 2026/04/14 11:17:27

수정 2026/04/14 14:04:24

[서울=뉴시스]예멘 후티 반군이 12일 홍해에서 드론 보트를 이용, 그리스 벌크선 튜터호에 폭탄 공격을 감행했다고 당국이 밝혔다. 이는 중요 수로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미국 주도의 캠페인에도 불구, 후티 반군의 공격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튜터호의 자료 사진 모습. <사진 출처 : 스플래시247닷컴> 2024.06.13.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란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조치가 되레 이란의 추가 보복을 부르고, 홍해 입구의 또 다른 핵심 해상로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철회하고 협상장으로 복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랍권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 조치가 이란이 다른 주요 해상 운송로까지 교란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눈물의 문으로 불리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다. 이 해협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좁은 길목으로, 사우디가 호르무즈 차단 이후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으로 돌린 원유 수출의 사실상 마지막 출구에 해당한다. 사우디는 이란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통해 이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란의 후티 동맹세력은 그간 바브엘만데브 인근 해역에서 선박 공격 능력을 입증해 왔다. WSJ은 이란이 후티에 다시 이 해협을 닫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외교 고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도 지난 5일 소셜미디어에 바브엘만데브를 호르무즈와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며, 백악관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면 세계 에너지와 무역 흐름이 한 신호로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이란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전쟁 초반 이란의 선박 공격으로 마비되며 하루 약 13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이 막혔고,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미국의 봉쇄 조치는 주말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뒤 13일 발효됐다. 같은 날 미군은 봉쇄 범위를 이란 항구와 연안으로 드나드는 선박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했다.

문제는 호르무즈 사태가 홍해까지 번질 경우 충격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를 지나는 원유·석유제품 물동량은 2023년 하루 930만 배럴 수준이었고, 후티의 선박 공격 여파로 2024년에는 41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호르무즈 불안까지 더해지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에너지·물류 흐름 전반이 동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걸프 국가들도 이란이 호르무즈를 쥔 채 전쟁이 끝나는 시나리오는 원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우디를 포함한 다수 국가는 미국이 군사 압박보다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고, 중재 채널 재가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충분한 유연성이 확보되면 대화에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 하나를 둘러싼 충돌이 아니라, 중동 전쟁의 불길이 홍해 항로까지 번질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WSJ은 사우디의 경고는 이란을 더 세게 조일수록 국제 유가와 세계 물류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