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전쟁 아닌 평화를 위한 것"…'모바일 축제'로 번진 美·이란 전쟁[MWC26이 남긴 것②]

등록 2026/03/07 08:00:00

수정 2026/03/07 08:02:24

전시장 주변 '피 묻은 마스크' 반전 시위…긴장감 감돌아

영공 폐쇄로 중동 기업들 참가 못해…전시 부스 텅 비어

스페인 국왕도 우려 표명…"평화 위한 기술 상기시켜야"

전쟁 계기로 기술 중립 넘어 '회복력 있는 거버넌스' 부상

OECD·ITU 관계자들 "공급망 다변화, 국제적 연대가 해답"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 202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전시장 앞의 '유로파 피라' 역 인근에서 4일(현지시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2026.03.04. siming@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심지혜 윤현성 기자 = 전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최대 축제인 MWC26이 예년과 달리 전쟁 포화 속에 마무리됐다. MWC26 기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란 그라 비아(Fira Gran Via) 전시장 인근에는 미·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시위가 진행됐고, 행사 참가자들은 '기술이 전쟁 아닌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전 시위대는 "박람회장에서 학살을 멈춰라", "기술을 탈식민화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웠다. 이들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시티 등 첨단 기술이 군사 기술과 결합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기술 기업과 국제 사회 책임을 요구했다. 얼굴에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손자국이 찍힌 흰색 마스크를 쓴 이들도 있었다.

행사장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MWC26을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비벡 바드리나트 GSMA 사무총장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우리의 마음은 분쟁의 영향을 모든 이들과 함께한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기술 혁신을 논하는 자리에서도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심지혜 기자= 중동 지역 영공 폐쇄 여파로 일부 중동 기업이 참가하지 못하면서 MWC 2026 바르셀로나 전시장 내 부스가 비어 있는 모습. 2026.03.05. siming@newsis.com

스페인 왕실도 우려를 표명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개막 전야 만찬에서 "이 순간에도 중동은 다시 한 번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며 "지역적 분쟁 확대의 명백한 위험과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력 사용의 최대 억제와 민간인 생명 존중, 현재의 대결 논리에서 벗어난 외교적 해결책 모색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혼란스러운 상황과 전면적인 억압을 피하고, 진실한 평화를 찾기 위한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전쟁 계기로 기술 중립 넘어선 '회복력 있는 거버넌스' 논의 부상

MWC26 컨퍼런스에서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기술 중립을 넘어선 '회복력 있는 거버넌스' 정책 아젠다가 부상했다.

 존 지우스티 GSMA 최고규제책임자(CRO)는 개막 당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디지털 세계가 확장되고 AI를 중심으로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동시에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이제 질문은 연결성이 얼마나 중요한가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다스리느냐(거버넌스)가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디지털 세상이 AI를 중심으로 가속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전략적 자율성과 데이터 주권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안과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하는 MWC26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했다. 이날 세번째 기조연설 참석자 모습. 2026.03.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마티아스 코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2024년 홍해 사건과 같은 해저 케이블 사고가 어떻게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트래픽을 중단시키는지, 사이버 공격이 핵심 유틸리티나 금융, 물류를 어떻게 마비시킬 수 있는지 봤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운영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회복탄력성을 사후 고려 사항이 아닌, 핵심적인 설계 요구 사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이중화 구축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시스템 취약점과 병목 지점을 파트너들과 실시간 공유하는 안전한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급망 편중 현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진정한 자율성은 고립이 아닌 공급업체 다변화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하는 MWC26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했다. 이날 세번째 기조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린 보그단-마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2026.03.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린 보그단-마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은 국제 트래픽의 99%를 담당하는 해저케이블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특히 중동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로, 물리적 공격이나 사이버 테러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전쟁 중 공격 세력이 홍해 근처의 해저케이블을 물리적으로 공격하거나 사이버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ITU는 해저케이블 회복탄력성에 관한 자문 기구를 발족했고, 이를 통해 리스크 모니터링, 복구 절차 개선, 복구 시간 단축, 지리적 다양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siming@newsis.com,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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