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도자들 "전쟁 뒤 이란 상황은 미국 책임 아니다"

등록 2026/03/04 08:10:01

"도자기 깨트리면 사야 한다"는 과거 논리 뒤집어

이란 긍정 변화 땐 "내 공", 반대 땐 "이란 국민 책임"

메르츠 독 총리는 트럼프에 이란 앞날 우려 거듭 강조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 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전임자만큼 나쁜 인물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0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의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등 지도자들이 이란을 공격하면서도 공격 이후에 이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갈수록 강하게 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전쟁의 여파로 이란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란 국민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면 된다. 그들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정치적 미래를 미국의 책임 범위 밖의 일로 묘사하는 발언이다.

JD 밴스 부통령도 전날 저녁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 정부는 이란이 “안정적 나라”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지 못하는 한 “트럼프는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앞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란 국민이 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앞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당연히 검토하겠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회담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란의 앞날에 대한 계획을 트럼프와 논의할 것이라고 두 차례 밝혔다.

이란에서 전쟁 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확실한 점이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는 전 세계적 우려를 드러낸 발언이다.

메르츠는 "이 정권이 사라진 다음에 무엇이 뒤따를지에 대한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도, 이스라엘과 그 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계획을 거의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란 정부 인력을 대거 숙청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란 체제 "내부에서" 나온 새롭고 더 온건한 지도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폭격으로 워낙 많은 고위 관료들이 사망하다 보니 "곧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모든 일을 하고 나서 전임자만큼 나쁜 인물이 권력을 잡는" "최악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미국 언론과 당국자들은 과거 도자기 가게 워싱턴의 언론인과 정책 입안자들은 과거에 이른바 '도자기를 깨면 사야 한다‘는 법칙(Pottery Barn rule)을 들어 군사 개입의 위험성을 강조해왔다.

미국이 공격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결과를 미국이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이 논리를 들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의 위험성을 경고했었다.

그러나 현 미국 지도자들은 정반대로 “우리가 깨트려도 책임은 그들이 진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미국이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사악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그 결과는 9000만 이란 국민이 감당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NBC와 인터뷰에서  "깨뜨리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고 이란의 테러 지원을 차단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도 이란의 정치적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트럼프의 일도, 자신의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란 공격 시작 직후 이란 국민을 향해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대통령이 있다.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방식은 이란에서 긍정적 정치 변화가 일어나면 자신의 공으로 삼고 반대로 상황이 악화하면 책임을 이란 국민에 돌리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란을 공격한 결과 정권 잔존 세력이 더욱 억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는 친 이란 무장 세력들에 맞서 싸울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리비아를 공격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쫓아낸 뒤 리비아는 두 쪽이 난 채로 내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미국은 정치적 미래를 책임지려다 실패했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2일 "트럼프는 지난 20년간의 국가 건설 전쟁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고, 그 말이 맞다"며 "이번은 그 반대"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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