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순방 결산]아세안으로 시장 다변화…AI·방산·조선·원전 협력 강화

등록 2026/03/04 20:00:00

한-싱가포르 FTA 개선협상 개시 합의…통상 환경 변화에 20년만에 손질

AI·소형원전·디지털·과학기술 등 5개 MOU 체결…"첨단분야 협력 확장"

李 "싱가포르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열린 뜻깊은 장소…건설적 역할 믿어"

필리핀과 교역투자 확대·전략산업 협력 강화…"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 참여"

"원전·핵심광물 실질 협력 확대"…양국 정부 MOU 체결로 이행 기반 마련

[싱가포르=뉴시스] 최동준 기자 =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외교부에서 로렌스 웡 총리와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6.03.02. photocdj@newsis.com

[마닐라=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3박4일 간의 싱가포르·필리핀 순방에서 외교 무대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확장해 시장 다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층 불안정해진 국제 정세 속에서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선 셈이다.

싱가포르와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했고, 필리핀과는 조선·원전·방산 등 전략 산업의 협업 방향을 구체화했다.

한-싱가포르 20년 만에 FTA 손질하기로…AI·소형 원자로 등 5개 분야 MOU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하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역내 자유무역질서를 선도해 온 양국은 경제적 연대와 경제 안보 협력, 전략적 투자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6년 발효된 한·싱가포르 FTA를 새로운 통상 환경에 맞춰 손질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공급망, 그린경제, 무역 원활화,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등 4개 분야 협력을 선진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통상환경 변화를 반영한 조처로 정부는 아세안 시장 진출 확대를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또 현 국제 정세를 '초불확실성 시대'로 정의하며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날 초불확실성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더욱 절실하다"며 "재임 중 총리님과 함께 한국-싱가포르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웡 총리도 "오늘의 만남은 국제정세가 불확실한 시점에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유사 입장국으로서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규칙 기반의 질서를 수호하는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아갈 길이 무궁무진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두 정상 간 회담은 두 번째로 웡 총리가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문한 후 4개월 만에 이뤄졌다. 지난해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며 향후 50년, 100년을 향한 협력의 이정표를 세웠다면, 이번 만남은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공동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협력을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한반도 문제도 환기했다. 이 대통령은 웡 총리를 향해 "싱가포르는 2018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뜻깊은 장소"라며 "앞으로도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AI·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총 5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특히 AI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자율 로봇 같은 산업 혁신과 인공지능 실생활 적용을 위한 공동 연구 개발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3강' 후보국으로 꼽히는 국가다.

이 대통령은 양국 AI 분야 기업인들과 함께한 포럼에도 참석해 "AI가 주도하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에 세계적 수준의 AI 역량을 갖춘 한국과 싱가포르가 손을 맞잡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며 "한국과 싱가포르가 제조 분야 등 실용적 영역에서는 얼마든 세계 1위를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마닐라=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2026.03.03. photocdj@newsis.com

李 "필리핀軍 현대화 사업 적극 지원…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

이 대통령은 3일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방산·조선·원전 등 미래 전략산업의 실질 협력을 논의했으며,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을 위한 방산 협력 등이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양국은 급변하는 경제·안보 환경에 함께 대응하며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며 "통상·인프라·방산 등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조선·원전·AI 등 신성장 전략 분야까지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방산 분야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필리핀 정부 간 '특정 방산물자 조달 시행약정'이 개정됐다. 수의 계약이 가능한 업체 목록을 확대하고, 무기체계 유지 보수와 후속 군수지원 관련 내용을 추가해 양국 간 협력 범위를 확장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의 '방산물자 조달 관련 시행약정'에 기초해 우리 방산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함께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필리핀 국방부와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 한국 방산업체 수가 확대돼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역량 있는 우리 방산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성장 분야와 관련해서는 조선·원전의 협력을 구체화했다. 필리핀이 2032년 원전 도입을 공식화한 것과 관련 양 정상은 '필리핀 신규원전 도입 협력 MOU'에 기초해 원전 분야 인력 양성 등에서 구체적 협력 확대를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결과 및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를 기초로 양국은 최적의 원전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기술교육 및 개발청(TESDA)과 '조선산업 기술 발전 협력 MOU'를 맺었다. 현지 숙련 조선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인력 공급을 확대한다.

이 대통령은 "선박 건조량 기준 각각 세계 2위와 4위인 조선 강국으로, 양국 간 조선 협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양국이 힘을 모을수록 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공동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불확실성 시대에는 에너지, 공급망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장 다변화를 해야 돌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유사한 입장을 가진 나라끼리 더 많이 공조하고 협의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략적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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