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반입 거부된 158개 화장품…옮긴 직원 '무죄'

등록 2026/03/01 19:28:13

수정 2026/03/01 19:32:24

[인천공항=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승객이 탑승구 앞에 두고 간 기내 반입 거부 물건을 쓰레기통 옆에 갖다 둠으로써 사라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항공사 직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판사 정제민)은 재물은닉 혐의로 기소된 모 항공사 직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7월16일 오전 6시25분께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승객 B씨 등이 2층 탑승구역에 두고 간 쇼핑백 3개를 3층 게이트 쓰레기통 옆에 세워둬 그 소재를 불명하게 함으로써 재물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쇼핑백에는 시가 합계 약 580만원 상당의 면세 화장품 총 158개가 들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씨 등은 해당 쇼핑백을 들고 항공기에 타려다가 휴대수하물 규정 위반으로 반입이 금지되자 2층 탑승구역 바닥에 쇼핑백을 남겨둔 뒤 항공기에 탑승했다.

이들은 곧이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서라도 쇼핑백을 가져가겠다고 했지만, A씨는 쇼핑백이 자기 소유인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므로 일단 항공기에서 내릴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B씨 등이 이를 거절했고, A씨는 "나중에 인천공항에 문의해 쇼핑백을 직접 찾으라"고 안내했다.

항공기가 떠나자 A씨는 해당 쇼핑백을 들고 3층 게이트로 올라간 뒤 인근 쓰레기통 안에 넣었다가 다시 빼서 그 옆에 세워뒀다. 이 모습을 자기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B씨 등은 유실물센터에 문의하는 등 쇼핑백의 소재를 확인했으나, 쇼핑백이 유실물로 처리되지 않았고 그 소재를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A씨가 타인의 재물 등의 소재를 불명하게 함으로써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해 그 효용을 해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정 판사는 "피해자들이 이 사건 쇼핑백의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고, A씨도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서 "A씨의 행위는 경우에 따라 (쇼핑백이) 폐기되더라도 어쩔 수 없음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되므로 재물은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쇼핑백과 같이 항공기 내로 반입이 거부된 수화물을 처리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관련 지침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수화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공사에서 적절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이 게이트에서 체크인을 한 뒤 항공기로 이동하는 탑승구역에 이 사건 쇼핑백이 그대로 놓여 있을 경우 다른 항공사와 승객들에게 혼선을 주는 등 항공기 탑승 절차를 상당 부분 지연시킬 수 있다"며 "그 피해는 승객들에게 돌아가고, A씨가 속해 있던 항공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여지도 있으므로 A씨의 입장에서는 쇼핑백을 신속히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쇼핑백이 공항의 보안요원, 환경미화원 등에 의해 발견돼 폭발물 검사 후 유실물로 처리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행위는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등 범죄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당시 항공기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항공사의 약관, 관련 지침을 위반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이 사건 쇼핑백이 유실물로 처리되지 않고 소재가 불명하게 된 것은 피해자들의 행위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보여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ub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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