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를 넘은 사랑의 대가…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객석에서]
등록 2026/03/01 10:00:00
수정 2026/03/01 10:24:24
톨스토이 소설 원작…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 사회 배경
남편과 아들 버리고 사랑 택한 안나 카레니나 이야기 그려
옥주현, 초연후 8년 만 출연…스케이트장·눈보라 장면 인상적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공연 장면. 안나 카레니나 역의 옥주현과 브론스키 역의 문유강.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눈보라가 휘날리는 기차역. 연인은 서로를 향해 다가서고, 애틋하고 애절한 눈빛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치명적인 사랑이 감당해야 할 균열과 파멸을 응시한다.
지난 20일 개막한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사랑과 결혼, 가족 문제를 다룬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겉보기에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안나는 젊은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남편과 아들을 뒤로하고 선택한 사랑. 그러나 사회는 냉혹했고, 브론스키의 성공과 달리 안나는 점점 고립된다. 사랑은 구원이 아니라, 점차 스스로를 잠식하는 불안이 된다.
이번 시즌 안나는 옥주현과 김소향, 이지혜가 번갈아 맡는다.
2018년 국내 초연 이후 8년 만에 다시 안나로 분한 옥주현은 폭발적인 감정 대신 '절제'를 택했다. 사랑에 도취된 여인이라기보다, 예정된 파멸로 나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담담하게 그린다.
특히 브론스키가 함께 떠났던 안나가 아들을 안고 부르는 자장가 장면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반주 없이 울려퍼지는 노래는 사랑을 선택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공연 장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페라 극장에서 안나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마주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극 중 성악가 패티가 부르는 넘버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는 작품의 정서를 응축한다.
"죽음 같은 사랑, 타들어 가는 이 갈증, 생기를 잃은 내 마음, 그대 내 곁에 다가와서 날 안아주오"
화려한 오페라 극장 한가운데서 울려 퍼지는 아리아는 안나의 내면과 겹쳐지며 비극을 증폭시킨다. 이번 시즌 패티 역에는 성악가 한경미와 강혜정이 출연해 무대를 압도하는 울림으로 극의 무게를 더한다.
스케이트장 군무와 무도회 장면은 우아하고 역동적이다. 눈발이 날리는 기차역은 낭만적 분위기를 선사한다.
다만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압축하면서 안나의 감정선은 빠르게 전개된다. 왜 그녀가 브론스키를 향해 그토록 급격히 빠져들었느닞, 왜 모든 것을 내던질만큼 절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된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인물의 선택에 완전히 공감하기 쉽지 않다.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 달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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