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응축한 일상…94세 마치 에이버리 한국 첫 개인전

등록 2026/02/28 07:20:00

수정 2026/02/28 07:24:39

에스더 쉬퍼 서울, 미공개 11점 亞 첫 공개

뉴욕 밀튼 앤 샐리 에이버리 아트 재단 후원

에스더 쉬퍼 서울, 마치 에이버리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국 모더니즘 계보를 잇는 화가 마치 에이버리(94)가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에스더쉬퍼 서울이 2026년 첫 주요 전시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작품 11점을 포함해 약 4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는 3월 3일부터 4월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밀튼 앤 샐리 에이버리 아트 재단(Milton and Sally Avery Arts Foundation)과 밀튼 에이버리 트러스트(Milton Avery Trust)의 후원 아래 재단 어드바이저 와카스 와자하트의 지원으로 성사됐다.

당초 에이버리의 아들과 와카스 와자하트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뉴욕주에 발생한 극심한 눈보라로 항공 일정이 취소되며 방한이 무산됐다. 에이버리 역시 고령으로 장시간 비행이 어려워 내한하지 못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에스더쉬퍼 서울 김선일 대표의 기획으로 마치 에이버리의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다”며 “과거 Blum & Poe 도쿄 지점에서 개인전이 열린 적은 있지만, 이후 아시아권 전시는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고 전했다.

김선일 대표는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 작품을 최초 공개작으로 구성했다”며 “정물화·풍경화·인물화 세 갈래를 통해 에이버리의 다양한 구도와 색채 감각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 온 에스더쉬퍼 서울의 기획 흐름을 잇는 자리다.

March Avery © 2026 March Avery / VG BildKunst *재판매 및 DB 금지

193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에이버리는 화가 샐리 마이클과 밀튼 에이버리 사이에서 성장했다. 마크 로스코, 아돌프 고틀립, 바넷 뉴먼 등과 교류하던 환경 속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키웠으며, 1963년 첫 개인전 이후 60여 년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브루클린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 주요 공공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초상화, 정물화, 풍경화를 아우른다. 에이버리는 일상의 장면을 단순화된 형태와 절제된 색채로 재구성해왔다. 가족과 친구, 해변과 실내 공간, 자연 풍경 등 친밀한 삶의 순간은 포화된 색면과 평면적 공간 구성 속에서 심리적 풍경으로 전환된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선 화면은 직관적이면서도 응축된 감각을 전달한다. 선홍, 라일락, 세이지 그린, 머스터드 옐로 등 강렬하면서도 균형 잡힌 색 조합은 인물과 사물을 상징처럼 부각시키며 고요한 긴장을 형성한다.

Anatolian Coast, 1981 Oil on canvas 116.8 x 152.4 cm (46 x 60 in) (unframed) 119 x 155 x 4 cm (46 7/8 x 61 x 1 5/8 in) (framed)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Photo © Hyun Jun Lee © 2026 March Avery / VG BildKunst *재판매 및 DB 금지

에스더쉬퍼 서울 에이버리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된 11점은 정물화·풍경화·인물화로 구성돼 에이버리의 다양한 구도와 색채 감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모더니즘 계보에 뿌리를 두면서도 개인적 시각을 확고히 유지해 온 에이버리는 색에 대한 평생의 매혹을 “나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표현한 바 있다.

미공개 작품을 중심으로 60여 년간 이어진 에이버리의 색채 탐구를 압축해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일상의 한 장면을 조용히 건져 올린 듯한 화면 속에서 밝지만 소란스럽지 않은 색으로 친밀한 시간을 환기한다.

Karla and Ann's Orchid, 2005 Oil on canvas 127 x 101.6 cm (50 x 40 in)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Photo © Hyun Jun Lee © 2026 March Avery VG BildKunst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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