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위법 판결에도 관세전쟁 지속…무역 불확실성 증폭
등록 2026/02/21 13:31:54
수정 2026/02/21 14:08:24
미 대법원, IEEPA 상호관세 위법 판결
트럼프, IEEPA 아닌 무역법 근거로 제시
주요국, 美 무역합의 향방 예단 어려워
관세 인상 환급 등 과제 산적…혼란 가중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대법원 관세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2.21.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무효화에도 대체 수단을 통해 관세 10% 부과를 예고한 만큼, 무역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이 각국과 체결한 양자 무역합의도 예단이 어려워져서다. 우리 정부는 주요국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국익을 위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트럼프, 대법 상호관세 무효에 맞서 10% 임시 관세 부과
미국 대법원의 IEEPA를 통한 상호관세 부과 위법 판결로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계 각국을 상대로 10%의 기본 관세에 더해 국가별 차등세율로 상호관세를 매긴 바 있다.
대법원은 IEEPA와 관련해 대통령이 비상하고 엄청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금융 거래를 규제할 폭넓은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했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50일 동안 10%의 임시 관세를 부과해 곧바로 대응에 나설 것을 발표했다.
IEEPA가 아닌 새로운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를 계속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법적 근거 수단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201조·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언급했다. 무역법 122조 관세 부과와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임시 관세를 부과하는 동안에도 조사를 통해 추가 관세를 물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IEEPA가 아닌 새로운 관세를 통한 관세 징수까지의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실제로 관세가 징수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일시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IEEPA는 관세 부과 전에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조사나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없어 빠르고 포괄적으로 관세 부과가 가능했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IEEPA와 비교하면 다른 무역법은 관세 부과까지의 절차에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대법원 관세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2.21.
재협상 가능성 제기…기존 합의 유지 관측도 병존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가 무효화되면서 미국과 체결한 양자 무역합의의 향방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수의견을 낸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IEEPA 관세에 대해 "수조 달러 가치의 무역 협정 촉진에 도움을 주었다"며 "이번 법원 결정이 다양한 무역 협정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과정 역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과 양자 합의를 맺은 국가들이 이번 상호관세 판결 이후로 재협상을 검토할 수 있단 가능성도 나온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호관세) 판결과 그 결과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무역합의를 비준해야 하는 의원들이 관련 검토에 들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수단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재협상을 요청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무역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분석이다.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EPC)의 바그 포크먼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일부 국가는 지난해 봄에 겪은 관세 불확실성을 다시 겪기보다는 미국과의 기존 양자 합의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반적으로 세계 무역에 고도의 불확실성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모두 미국 관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파악하려 시도할 것이고, 결국 상황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1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01.14. jtk@newsis.com
관세 환급 소송 이어지나…정부 "국익 부합하게 대응"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상호관세가 효력을 잃더라도, 이후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상분 환급 등 판결 이후 해소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 인상분의 약 90%를 미국이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집계한 IEEPA에 따른 미국의 상호관세 수입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총 1335억 달러(약 193조원)다.
다만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상호관세 환급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으며 혼선은 가중되고 있다. 관세를 떠안은 납세자들의 환급 요구 소송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와 기업이 자신들의 몫을 어떻게 되찾을지 계산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결국 하급 법원에서 정리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미국 측의 향후 조치 내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상호관세 환급과 관련해 향후 미국 측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경제단체·협회 등과 협업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해 나간다.
청와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