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누명 죽어서야 벗은 무기수 무죄 확정
등록 2026/02/20 08:18:57
수정 2026/02/20 08:28:24
사건 23년만의 사후재심 무죄에 검찰 항소 안 해
박준영 변호사 "수사·사법기관 사죄 없어 아쉽다"
[서산=뉴시스]지난 2003년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재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사진=충남 서산경찰서 B경감 제공)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차량 저수지 추락 사고를 고의로 일으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 사망한 무기수의 사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아내 살인 혐의로 복역하다 사망한 무기수 고(故) 장동오씨의 사후 재심에서 내려진 무죄 선고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
앞서 11일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는 장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차량 압수 과정 등 일부 위법 수집 증거가 있고 고의 사고를 냈는지 여부도 공소사실처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7일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지난 18일이 설 연휴 공휴일이라서 하루를 더해 전날이 항소 기한이었다. 검찰이 전날까지 항소하지 않으면서 사후 재심 무죄 선고가 확정됐다.
고 장씨는 2003년 7월9일 밤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몰다가 당시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고의 추락하는 사고를 내 조수석 동승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직후 수사 경찰은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만 송치했으나, 검찰은 장씨가 아내에게 감기약이라고 속여 수면제를 먹인 뒤 아내 명의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고의 사고를 냈다며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202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장씨는 복역 중 2009년과 2010년,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번번이 기각됐다.
그러나 한 현직 경찰관이 지인 부탁으로 2년여에 걸쳐 소송 기록·현장을 재조사한 결과라며 '끼워 맞추기식' 수사 조작 정황 등 의혹을 제기하며 반전이 일어났다. 이를 토대로 장씨는 2021년 네 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이듬해 9월 법원이 수사 위법성을 인정하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으나, 1년 넘게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졌다. 2024년 1월에야 대법원에서 재심이 확정됐다.
장씨는 그토록 고대하던 재심 첫 재판을 보름여 앞둔 같은 해 4월 백혈병 항암 치료 도중 숨졌다. 사망 당일은 형 집행정지일이기도 했다.
장씨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장씨는 보험금 탓에 아내를 살해한 원통한 누명을 쓰고 20년여 복역하다, 죽어서야 무죄를 인정받았다. 재심 개시 결정 이후 불복한 검찰이 항고와 재항고로 1년 가량 허비했고 그 사이 쇠약해진 장씨가 옥중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승복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장씨의 억울한 옥살이에는 경찰과 검찰, 국과수, 법원까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수사·사법기관 중 1곳도 사죄 표명이 없어 아쉽고 너무도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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