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IEEPA 관세 위법"…트럼프 상호관세 무효 판결(종합)
등록 2026/02/21 02:26:19
보수성향 美대법원도 6대 3 의견으로 위법 판결
"트럼프, 의회 명확한 승인 제시해야하지만 못해"
환급 요구 빗발칠듯…자동차 등 품목관세 관련없어
[워싱턴=AP/뉴시스]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건물. 2025.11.06.
[워싱턴·서울=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신정원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전방위적인 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전세계 국가들에 적용한 상호관세 조치는 무효화될 전망이다. 다만 대법원은 그동안 징수된 관세의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판결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압박수단으로 활용해 세계 주요국들과 체결한 무역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백악관은 취소된 관세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6대 3 의견으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다수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관은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제헌자들은 과세 권한의 어떠한 부분도 행정부에 부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 과세 권한은 헌법적 맥락에서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면서 "대통령이 근거로 내세운 IEEPA의 '수입 규제' 조항은 무제한적인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가 보장하는 수입규제에 관세 부과 조치가 포함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로버츠 대법관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라는 권한을 예외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IEEPA가 제정된 지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어떠한 대통령도 관세를 부과한 적은 없었고, 이번처럼 규모와 범위가 막대한 관세는 더더욱 없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역사적 선례의 부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주장하는 광범위한 권한과 결합돼 해당 관세가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임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성향 대법관이 3명으로 압도적인 보수 우위 구조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도 우호적인 판결을 내린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보수성향 대법관 중 3명이 등을 돌렸다. 이들 중 2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다.
1심, 2심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IEEPA를 근거로 휘두른 대대적인 관세 조치는 무효화된다.
지난해 4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적용한 상호관세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펜타닐 유입 명목으로 부과한 관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브라질 정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부당하게 탄압한다며 부과한 50% 관세도 여기 포함된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다만 IEEPA와 관련이 없는 무역확장법 232조나 통상법 301조 등에 따른 관세 정책은 계속 유지된다. 자동차과 반도체, 철강 등 주요 품목관세에는 영향이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이미 납부된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관세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결난 만큼 환급 요구나 소송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의견을 주도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관세가 취소될 경우 환급 절차로 인해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CNBC는 환급액이 17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보수 성향이 짙은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안겨준 가장 뼈아픈 패배로 기록될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대법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이민 정책과 정부 지출 삭감 등 여러 긴급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 사안은 다른 입장을 취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무기삼아 세계 주요국들과 협상을 벌이고, 무역합의를 다수 체결했다. 그런데 합의 체결 근거가 사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 역시 25%가 적용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등의 조건으로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에 나서는 무역합의를 체결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 관세'를 다른 국가들에 일종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며 "이날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협상 지렛대이자 보복 수단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IEEPA 근거 관세가 취소되면 다른 관세로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고, 이날도 백악관 관계자는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규모와 절차상 IEEPA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주지사 20여명과 비공개 회담하던 중 해당 소식을 듣고 "수치스러운 일(a disgrace)"이라고 반응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jwshin@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